반도체 건설현장과 숙련공 쟁탈전까지...“사람 확보가 수주보다 어려운 시대”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K-조선이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을 맞았다. 호황에 주요 조선사는 2027~2028년 인도분까지 일감을 확보했다. 하지만 배를 건조하는 도크에서 용접기와 도장 건을 잡을 사람이 없이 발을 동동 구른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메우는 구조는 이미 굳어졌다. 그런데 정부는 외국인력 정책을 ‘관리·축소’로 틀었다. 업계는 호황 한가운데서 인력 공급이 막힐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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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제공 |
◇ 내국인 떠난 자리, 외국인이 채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원사의 내국인 생산직은 2023년 8만7601명에서 지난해 7만2021명으로 줄었다. 2년 새 17.8% 감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빠르게 늘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조선업 숙련기능인력(E-7-3)은 2022년 1017명에서 지난해 1만3297명으로 13배가 됐다. 비전문취업(E-9)도 3180명에서 8079명으로 늘었다.
그 결과 조선업 기능직의 외국인 비중은 약 23%에 이른다. 협력사를 포함하면 대형 조선소 인력 5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조선업이 속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 산업 평균(8.3%)의 두 배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년 한국 조선업 인력이 2014년보다 44% 줄었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때 떠난 인력이 호황이 와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구조조정 트라우마, 지역 인구 유출을 꼽는다. 원·하청 간 임금 격차도 하청 생산직 기피를 키운다. 거제에서는 올해에만 청년 2600여명이 떠났다.
◇ 정부 기조 전환 “E-7 무한 확대는 지속 불가능”
조선소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조선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2022년 E-7 비자 한도를 없앴지만, 올해 들어 방향을 바꿨다. 원청의 외국인 숙련공 직접 고용을 제한하고 E-7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조선업 전용 E-9 쿼터도 제조업 쿼터에 합쳐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E-7 비자가 무한 확대돼 원청 일자리까지 잠식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2030년까지 전문·숙련인력 1만5000명을 양성하고 퇴직 숙련공이 기술을 전수하는 ‘OJT(현장실습)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7월에는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도 처음 출범했다. 대형 3사는 올해 직영 인력 채용을 20% 이상 늘린다.
업계는 정부 기조를 따르면서도 외국인력 없이는 인건비 상승과 납기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력 도입은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일 뿐 중장기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E-9 비자는 체류 기간이 제한적이고 언어 장벽과 이직률도 높다. 이 때문에 용접·배관·도장처럼 오랜 경험이 필요한 공정의 ‘허리’를 키우기 어렵다.
업계는 “본국 송금 비중이 높으면 지역경제 기여는 제한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수용성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반도체 건설현장, ‘숙련공 블랙홀’…숫자 채우기서 ‘숙련 축적’으로
조선 현장의 숙련공이 절대 부족한데, 이번에는 K-반도체와 인력 경쟁도 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 건설 경쟁이 불 붙으면서 그나마 있는 조선 숙련공마저 반도체 현장으로 옮겨갈 상황이다.
특히 광주 반도체 건설현장에 필요한 기능인력은 2028년 말 1453명에서 2030년 3만1567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용접·배관·전기 숙련공은 조선소 핵심 인력과 겹친다. 처우가 나은 반도체 현장으로 숙련공이 옮겨가면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업체부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K-조선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국인력을 늘리든 줄이든 그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년이 선택할 만한 임금과 안전한 작업환경, 외국인 숙련공의 정주형 비자 경로, 하청 구조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동화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이번 호황이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사람이 없어 모래성으로 끝날지는 앞으로 2~3년의 인력 정책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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