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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영 기자 |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이마트가 인력 감축을 위해 빠르게 셀프 계산대를 늘려가면서 고객은 무보수 셀프 노동을 강요 받고 있다. 이마트는 고의로 일반 계산대를 감축 운영, 고객을 줄 세우며 셀프 계산대 이용이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매장 계산원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 대비 가장 늦게 셀프 계산대를 도입했지만 가장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이마트에 대해 노조는 이런 확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마트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경쟁 마트 대비 비교적 늦게 2018년 성수점과 왕십리점, 죽전점에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 이마트는 2021년 1월 기준 127개점 840대를 운영하고 있다.
셀프 계산대 도입 4년만인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47개점에서 1000여대 이상 운영 중인 것으로 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5월부터 19개 시범 점포를 선정해 기존 평균 34% 정도인 셀프 계산대 처리율을 50%까지 높이도록 지시, 일반 계산대를 감축 운영하면서 고객 대기 시간이 대폭 늘었다.
문제는 업무할 계산원이 있음에도 불구, 일반 계산대를 의도적으로 추가 운영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다 지친 고객이 셀프 계산대로 이동하도록 몰아가는 식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고객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계산 서비스를 스스로 하는 게 당연히 여기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객을 직접 시키며 얻은 이익은 이마트, 이마트 주주에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 기다림, 불편을 감수하고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것은 이마트가 바라는 대로 계산원 감축, 노동 강도를 높이는 데만 협조할 뿐 고객 이익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셀프 계산대 확대는 매장 계산원이나 고객이나 모두 득 될 게 없다. 늘어나는 것은 노동뿐이다.
경쟁 마트들은 2005년부터 소량 상품을 줄 서지 않고 빠르게 계산하도록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고 있다. 1~2개 소량을 구입할 경우 기다리지 않고 처리하는 셀프 계산대가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량 구입하는 주말 장 상황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면 다량의 상품 바코드를 직접 일일이 찍어야 한다. 마트 캐셔직 업무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평소 작은 글씨 등으로 계산원 등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기는 더 힘들다.
매장 계산원도 셀프 계산대 업무로 노동이 가중되고 있다. 일반 계산대에 있다가 고객이 부르면 가서 오류 등을 해결해줘야 한다.
실제 노조에 따르면 처리율 50% 확대 요구 전까지는 통상 1~4명이 셀프 계산대에 근무했다. 지침 후엔 일반 계산대 운영 없이 셀프 계산대엔 10여명이 넘는 계산원이 들어가 고객 계산을 대신해주고 있다.
이마트 셀프 계산대 업무로 현장 계산원들은 단기적으로는 노동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위협 받는 상황에 노출됐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셀프 계산대에서 열심히 일해 처리율을 높이면 내 일자리가 없어질 줄 뻔히 아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자리 없애는 일을 강요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쇼핑 문화조차도 이마트 뜻대로 바꿀 수 있다, 줄 세우고 직접 하게 만들어라, 서비스업 하는 회사가 이게 무슨 자신감인지, 대형마트 1위의 자신감인지"라고 되물었다.
이렇게 셀프 계산대가 늘면서 동시에 캐셔직 인력은 이마트 121개점 2018년 5828명에서 4755명으로 1073명이 줄었다. 노조 확인이 안 된 37개점을 포함하면 인력 감축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점포, 매출 모두 늘고 있지만 퇴직자 미충원 등으로 인력은 줄고 노동 강도는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동 강도 강화는 셀프 계산대 도입으로 더 심화하고 있다. 이마트 은평점이 일례다. 많을 때는 70~80명까지 됐던 매장 계산원 인원은 현재 46명이다. 최근 매출과 함께 업무는 늘고 있지만 정년 퇴직, 인사 발령 등으로 빠진 인력을 메우지 않아 한정된 인원으로 근무하다 보니 하루 하루 힘들게 일해오고 있는데 셀프 계산대 업무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명순 이마트지부 은평지회 지회장은 "이마트는 직원 노동 조건이나 고객 불편은 헤아리지 않은 채 이윤 추구만 하는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강규혁 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앞에선 착한 기업인 척하면서 주말 고객이 수십개 물건을 직접 찍고 IT에 미숙한 어르신까지 계산대에 몰아넣는 이마트가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노조는 "이마트는 셀프 계산대 처리율이 50%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되면 이를 전점으로 확대할 것이고 계산원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고객은 계산을 위해 더 기다리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아무런 이익도 없이 직접 계산하는 게 당연한 날이 오게 될 것"이라며 계산원 일자리 뺏고, 고객 시간 뺏는 셀프 계산대 확대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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