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할, 그룹 차원 설명 빠졌다, '이재용 회장 역할도 불투명'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5-23 14:43:39
▲삼성바이오로직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발표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3일 성명을 통해 “삼성그룹 차원의 설명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위탁생산(CDMO) 부문만 남기고,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지주회사인 ‘바이오에피스홀딩스’ 산하로 독립시키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사측은 “고객사 중 바이오에피스의 경쟁사가 있어 이해상충 우려 해소 차원에서 분할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버넌스포럼은 “해당 설명은 표면적 사유에 불과하다”며 “실제 시장은 이 결정이 삼성그룹 전체 거버넌스 개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재용 회장이나 삼성물산·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바쁘다”고 꼬집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와의 협의 없었다는 설명, 상식 밖”
 

이번 인적분할은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였던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분리해 향후 상장 가능성까지 열어둔 구조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지분율 43%)과 삼성전자(지분율 31%)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거버넌스포럼은 “삼성바이오 측이 ‘그룹 차원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기업집단 내 핵심 계열사 간의 중요 거래에 대해 그룹 차원의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정 주체가 누구인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향후 상장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등 의사결정의 핵심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업집단 의사결정, 법제도 사각지대…제도 개선 시급”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거버넌스포럼은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 규제를 다루지만, 이는 규모와 경제력 집중 문제에 국한돼 있다”며 “계열사 간 이해관계 조정,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에 대한 주주 보호 규정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포럼은 “법적으로 ‘그룹 차원의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그 결정이 개별 회사의 일반주주나 채권자에게 불리할 경우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체계적 기업집단 거버넌스 법제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시장의 신뢰 회복 위해선 ‘정보 공개’가 우선


증권가와 학계에서는 이번 분할 결정이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와 연결돼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잇는 지주회사 체계 강화나,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보완과 연계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금융법 전문가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집단의 핵심 계열사 분할은 사실상 그룹 전략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더더욱 정보의 투명성과 시장의 설명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