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일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25'에서 금상 2개를 비롯해 총 58개의 수상작을 배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금상을 수상한 홈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전 세계가 로봇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로봇 산업을 전략산업화했고, 미국·일본은 빅테크와 협력해 AI·물류 로봇을 실증하고 있다. LG는 서비스 로봇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미래를 걸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없다.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왜 로봇 산업에서 이탈했는가?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사업 선택의 문제’였을까.
◇ 세계는 달렸는데…삼성은 '검토만 하다' 놓쳤다
삼성은 지난 10년간 로봇 사업을 수차례 검토했지만, 명확한 실행 없이 ‘주변부’만 맴돈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개발했지만 중단됐고, 이후에는 ‘연구소 과제’나 ‘미래사업 후보’로만 남았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반 헬스케어(갤럭시 링, 젤스 인수 등)에 일부 진입했지만, 물리적 로봇 하드웨어나 독립적 로봇 플랫폼은 전무한 수준이다. 경쟁사들이 실제 제품과 수익모델을 내놓은 것과는 대비된다.
◇ "리스크 회피 문화가 기회를 죽였다"…삼성 특유의 문제
삼성의 로봇 침묵은 단순히 전략 실패가 아니다. 내부 결정 구조와 문화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로봇은 초기 수익성이 낮고, 실패 확률이 높은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은 분기 실적에 민감하고, 실패에 대한 내부 책임이 강한 구조로 인해 실험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 삼성의 신사업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반도체, 모바일, 가전의 '연장선상'에서만 확장됐고,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 로봇은 "성공 확신이 있어야 시작한다"는 삼성식 경영철학과 충돌하는 분야였다.
◇ 인수 타이밍도 놓쳤다…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가
삼성은 한때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전에 검토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현대차가 인수를 성사시켰다. LG는 클로이(CLOi) 브랜드를 기반으로 푸드서비스·청소·안내로봇을 상용화하고 있고, SK는 물류로봇·보안로봇 분야 투자를 시작했다.
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형 로봇’, ‘홈 로봇’ 등 수년째 내부 검토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국 화웨이는 AI칩-로봇-클라우드 플랫폼까지 자사 생태계를 연결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 'AI·IoT 중심 로봇' 생태계는 삼성에 최적…그러나 비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은 로봇 사업을 키우기에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가진 기업이다. AI 칩셋, 모바일 기기, 스마트홈 IoT, 반도체, 클라우드까지 보유하고 있어 통합형 로봇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재 삼성 로봇 관련 포트폴리오는 갤럭시 헬스 연계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산업용·물류·보행형 로봇 등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 대안은 무엇인가…'2차 전자혁명' 놓치지 않아야
로봇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전장, 반도체, 센서,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이 융합되는 ‘2차 전자혁명’의 플랫폼이다. 삼성은 반도체·스마트폰 이후의 성장동력을 고민하면서도, 정작 이 중요한 전환점에서 선제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삼성은 로봇을 ‘수익 사업’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단기 수익성만이 아닌, AI 기반 산업재편의 본류로서 로보틱스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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