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 산업, 왜 중국에 밀렸나,“기술은 앞섰지만 산업은 뒤처졌다”(1부)

전자·IT / 최성호 기자 / 2025-07-08 14:17:36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정태호 경제 1분과장 등이 2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정태호 분과장 등이 도착 후 로봇개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한국이 '로봇 강국'을 외친 지 2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세계 무대에서 점점 뒷줄로 밀려나고 있다.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자국 기술 기반의 산업용, 서비스용, AI 로봇을 빠르게 상용화하며 산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부 기술 선진성을 확보했음에도 시장, 인재, 정책, 부품 자립 등 전반적인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로봇 기업들은 로봇 팔, 보행 로봇, 물류 로봇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KAIST 휴보, 현대차의 보행 로봇, 한화의 협동로봇 등은 그 자체로 높은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이 곧바로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대규모 수요처가 부재하고, 대기업조차 외산 로봇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술은 고립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주도 수요 창출을 바탕으로, 테스트-양산-피드백-고도화의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국영 기업, 지방정부, 대기업이 연계된 ‘로봇 산업 클러스터’가 실질적 성과를 이끌고 있다.

◇ 부품 70%는 수입…‘로봇 제조국’의 허상

한국 로봇 산업이 자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밀 감속기, 서보모터, 고해상도 센서, 제어 모듈 등 대부분을 일본·독일·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 로봇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유지 비용은 더 높다.

반면 중국은 주요 부품을 ‘전략 물자’로 지정해 수조 원을 투입하며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DJI, SIASUN 등 자국 기업들이 로봇용 SoC, 운영체제(OS), 제어 플랫폼까지 직접 개발하며 전체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 3년짜리 정책, 바뀔 때마다 ‘초기화’…정권 따라 흔들리는 로봇 전략

한국 정부는 ‘로봇 기본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변경되거나 예산이 축소되면서 지속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산업부·과기정통부·중기부 등 부처 간 정책 중복과 혼선도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 산업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고, 이후 5개년 단위의 중장기 정책을 일관된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AI+로봇’과 ‘로봇+자동화’ 정책을 통합해 중앙-지방 연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 LG는 가전, 삼성은 침묵…대기업 없는 한국 로봇 산업

국내 로봇 산업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창의적인 기술은 많지만, 자금력, 대량 생산, 유통망, 글로벌 진출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LG전자는 가전형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있지만, 범용 산업용 로봇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로봇 관련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사업화에는 소극적이다. 중국은 화웨이, 바이두, 하이크비전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로봇 기술, AI칩,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통합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 인재도, 실증도 없다…융합형 기술자 양성 절대 부족

AI, 로보틱스, 제어공학, 센서, 소프트웨어 등이 융합된 로봇은 다학제적 이해를 가진 인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은 여전히 기초연구 중심이고, 현장 실증 경험은 부족하다.

중국은 이미 로봇 관련 학과를 전국에 수백 개 이상 설립했으며, 정부 인증 실증센터도 30곳 이상에 달한다. 학생 로봇 경진대회, 실증 플랫폼, 시제품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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