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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SK㈜와 최 회장에게 부과한 과징금 16억원을 모두 취소하며 “사업기회 제공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에 제재를 가한 첫 사건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대기업 지배구조의 현실과 제도 개선의 방향, 시장 내 신뢰 확보를 위한 장기적 과제를 함께 되짚는 계기로 평가된다.
◇ 공정위, '지주회사의 기회 박탈'로 본 판단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7년 SK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만 인수하고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사들인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SK가 잔여 지분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넘겼다”며, 이를 ‘사익편취 행위’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SK가 100% 지분 인수를 추진하지 않은 이유를 “합리적인 검토 없이 지배주주의 인수에 양보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는 공정위가 사익편취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시도한 첫 사례였다.
◇ “지분 인수는 자유로운 판단… 제공행위로 보기 부족”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위의 판단을 기각했다. 핵심 쟁점은 ‘지주회사가 실질적으로 사업기회를 보유하고 있었는가’였고, “소수지분에 대한 취득 여부는 사업기회의 본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은 “계열사가 규범적으로 사업기회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한 인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적극적·직접적 제공행위로 볼 만한 정황도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 회장이 인수한 29.4%는 경영권 안정에 필수적인 지분이 아니며, SK는 이미 70%가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기에 사업기회로 보지 않았던 점을 인정했다.
◇ SK, 신속한 결단과 실익 중심 판단 입증
이번 사건은 SK의 지배구조와 투자 전략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받은 동시에,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영판단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SK는 KTB PE 보유지분 중 필요한 만큼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의사결정을 했고, 법원은 이를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SK는 그동안 다수의 관계회사 지분을 재편하며 지배구조 간소화를 추진해왔고, 실트론 인수 역시 그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판결을 통해 그룹의 투자 행위에 대한 신뢰도 제고는 물론, 대외 투명성 역시 일정 부분 확보하게 됐다.
◇ 공정위의 과제와 SK의 책임
법적으로 SK와 최 회장은 승소했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지배주주의 기회 독점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력 집중과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는 한국 재벌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 방향이며, 이번 패소로 그 취지까지 무력화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SK 측도 판결을 계기로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이사회 독립성 제고 ▲공정한 내부거래 구조 확립 등의 방향으로 제도적 신뢰 확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 승소를 '면죄부'로 해석하기보다, 향후 ▲주주 권익 보호 ▲이해충돌 방지 제도 정비 ▲자산 거래의 사전공시 확대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은 무죄, 시장은 계속 본다
이번 판결은 법적으로는 SK의 승리지만, 재벌 지배구조와 기업 윤리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여전히 매서운 상황이다. 공정위의 패소가 곧 제도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대기업의 자발적 투명경영 강화가 요구된다.
‘합법’과 ‘정당’은 다를 수 있다. SK는 이번 판결을 내부 의사결정 구조 개선의 계기로 삼아, 시장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지배구조 혁신’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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