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분위기에 삼성물산조차 포기說 나와
"집행부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관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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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사진=조합원 제공 |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올해 하반기 건설업계 최대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총공사비가 79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강남을 마주보고 있는 강북 최고의 주거지로서 럭셔리 니즈를 업고 있어 화제를 집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실과 공관들이 들어선 용산시대의 첫 대형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 사업은 지난달 23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을 통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 경쟁구도로 짜였다. 이 중에 한 시공사가 선정되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하지만 오는 11월 최종 낙점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이곳에서 과열, 불법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게 조합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다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2개 회사 중에서도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진원지는 롯데건설이 손꼽힌다.
특정기업-조합 밀착 분위기에 삼성물산 포기說
한남2구역에 가장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는 롯데건설은 입찰보증금 납부부터 발빠르게 움직였다. 납부 기한인 9월 23일보다 이른 19일 입찰 보증금 800억원(현금 400억원·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을 조합에 냈고, 대우건설은 23일 입찰 마감일에 맞춰 보증금을 납부했다.
입찰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이주비와 조합원 분담금을 보면, 한남2구역 수주를 위한 롯데건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한남뉴타운 내 최저금리 보장, 조합제시 계약서에 따른 입주 시 상환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게다가 조합원 분담금은 입주 4년 후 100% 납입을 전제로 입주시까지 금융비용은 롯데건설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수요자의 금융조달은 없다고 명시했다.
문제의 발단은 ‘명시적 조건’의 이면에서 나왔다. 현시점에서 강제적인 물증확보는 어렵지만 최근 롯데건설과 조합이 서로 손을 잡고 일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무리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한남2구역 입찰에 참가하려다 발을 뺀 삼성물산측 한 관계자는 “회사(삼성물산)가 조합 측에 홍보지침을 준수하며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홍보공영제를 요구했으나, 집행부가 조합원의 알권리를 내세워 삼성의 홍보공영제 제안을 거절했고, 회사(삼성물산)는 조합에 공정한 의도가 없다고 판단해 입찰을 포기했다”는 말을 전했다.
한남2구역 주변에서는 “한남2구역의 지역주민들, 조합원들은 현대나 삼성에 대한 니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입장 때문에 원천적으로 기회가 박탈된 셈”이라는 분위기다. 조합에서 도시정비법에 준하는 홍보지침만 받아들였어도 삼성물산이 입찰에 나섰을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입찰-홍보 과정에서 조합의 노골적인 롯데건설 편들기
롯데와 조합의 이상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입찰과정에 관여한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조합이 제시한 분량을 초과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롯데건설은 페이지 중간 일부 숫자를 누락해 마치 538페이지를 제한분량인 500페이지로 보이게 작성한 정황도 있어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페이지 수를 잘못 카운팅한 실수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이는 조합원들을 농락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한 롯데건설이 입찰제안서에 경미한 변경을 수반한 대안설계 외에 서울시가 금지하는 '중대한 변경을 수반한 혁신설계안에 대한 공사금액'도 함께 제안했다. 게다가 이 혁신설계안의 연면적에 롯데가 제시한 평당 공사비 770만원을 적용하면 조합 예정가격 7900여 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조합의 입찰참여 안내서 제5조 2항을 위반한 것으로 '입찰 무효'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롯데건설의 ‘조합 밀착 전술’ 이미 수차례 물의
지금 한남2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롯데건설의 행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목도 된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건설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대형 브랜드 건설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입찰하는 현장에서 (롯데측) 직원과 조합의 친밀도를 최우선 영업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건설의 ‘조합 밀착 전술’을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손에 떨어진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는 우선권을 주장하던 현대건설이 입찰을 포기한 사유가 ‘롯데와 매우 우호적인 조합집행부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나중에 조합집행부가 조합원들에 의해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롯데건설은 사업권 확보에 실패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서울 갈현동 모 재개발 구역에서는 월등한 조건으로 입찰한 현대건설의 입찰자격이 조합 집행부에 의해 뒤집히면서 롯데건설의 수주로 이어졌고, 흑석 9구역에서 롯데건설과 경쟁하던 GS건설이 ‘집행부의 일방적 편들기’를 이유로 입찰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도 넘은 롯데건설의 공격적인 수주전략..."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한남2구역에서 롯데건설은 매표성 금품살포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조합측에서 사실상 묵인·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롯데건설이 일부 조합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업소에 옥외광고 명목으로 금품을 우회지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재 용산경찰서에 형사고발 당한 상태.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 일대 호프집과 가구점 등 상점 30곳과 공인중개업소 70곳 등 약 100곳에 달하는 업소와 총 3억원가량의 옥외광고 계약을 맺고, ‘타사 홍보활동에 지지 및 협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명을 받은 업무협약서를 작성하기도 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의혹과 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의 정상진행을 저해할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으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강북의 상징적인 재개발일 뿐 아니라, 대통령실이 옮겨가면서 그 의미가 더욱 커진 용산구에서 벌어지는 대형 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부정행위가 개입한다면 국가적인 사안으로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입찰이 결말 지어진 상태에서 작은 물의라도 불거지고 법정공방으로 이어진다면, 언론과 관련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차후 밀고 당기는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사태가 생기면 공사가 지연되거나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조합원들, 입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재정비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사 지연으로 입주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새 보금자리를 원하는 주택 실소유자들에게 충격이 되고,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등 사업비 확대는 조합원들의 직접적 피해로 연결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조합은 불편부당한 진행을 통해 사업 전체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용산구의 관리감독, 용산경찰서의 합리적 수사 등 관계당국에서 해야 할 바를 충실히 이행해 상징성 큰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이 순리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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