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현장 목소리 외면한 ‘주7일 배송’ 무리하게 추진하며 논란 점화

사회 / 한시은 기자 / 2025-05-13 14:19:58
택배 노조 사전 협의 없이 주말 배송 서비스 도입
배송 거부 기사에게 수수료 삭감 통보돼
시장 점유율 하락 속 충분한 협의없이 무리수 논란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최근 택배업계가 주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에 이은 두 번째 주자로 한진택배가 나선 가운데, 근로 여건에 대한 노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한진은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일요일 배송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빠른 배송’ 수요에 대응하며 택배업계 3~4위 수준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진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주7일 배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은 “고객 서비스를 제고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 집배점과 택배기사, 회사가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일배송 시범사업을 개시한다”며 “그간 한진택배대리점협회와 휴일배송 관련 협의를 지속해왔고 같은 기간 택배노조와도 대리점협회를 통해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 택배기사가 소속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한진이 주7일 배송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택배노조는 한진이 택배기사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 추진한 데다, 사실상 ‘강제’하고 있어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한진은 자율적으로 주7일 배송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안 하면 안 된다’고 강요한다”며 “계약해지·구역조정·용차비 전가 등 페널티를 거론하면서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과 대리점은 주7일 배송 강행을 위해 화물운송자격증을 취득하지도 않은 이들과 계약하거나 다른 택배사 기사들을 동원해 대체배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택배현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로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송 거부 기사에게는 수수료 삭감과 계약 해지가 통보되는 등 사실상 강제 조치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MBN 보도에 따르면, 한진은 주7일 배송을 거부한 기사들에게 택배 수수료를 깎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한진택배 기사들 사이에서는 일요일 배송 건수가 적어 수익성은 낮고 노동 강도만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비해 기사 수가 적고, 1인당 담당 구역도 넓어 열악한 상황에 대한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노조는 한진택배 기사 8000여 명 중 10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88%가 ‘주7일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진이 CJ대한통운 등 경쟁사와 달리 무리하게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대한통운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 개선을 노린 결정이 오히려 서비스 도입에 따른 현장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은 그간 ESG 경영을 강조한 행보와 달리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면서 내부 구성원의 권리와 처우에는 무관심한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한진은 휴일 배송 서비스 운영 방식과 노사 갈등 등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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