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024년 8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임단협 난항으로 파업할 때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가 2일부터 3일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노사 협상이 11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임금 인상폭과 정년 연장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입장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똑같은 갈등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산업이 수주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립과 파업이라는 방식이 현장에 또다시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조합원 7,500명 투표 돌입…합법 파업 ‘초읽기’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그 결과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창립 이래 파업 투표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다.
앞서 노조는 지난 6월 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이는 실질적으로 파업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이번 투표를 통해 “사측이 성의 없는 협상만 반복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정년 연장·기본급 인상 요구…사측은 ‘생산적 교섭’ 촉구
노조는 올해 사측에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정년 연장(최대 65세),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는 사내 소식지를 통해 “파업 대신 생산적 교섭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사측은 여전히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24차례 부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 반복되는 노사 갈등…생산 차질 불가피
조선산업이 수주 호황기를 맞고 있음에도 HD현대중공업은 연달아 파업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파업은 실제 생산 일정에 차질을 초래했고, 일부 수주 선박의 납기 지연과 벌금 발생 사례도 보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도 불구하고 생산현장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고객사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물량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호황의 몫 요구 vs 지속가능 경영”…좁혀지지 않는 간극
노조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고부가 LNG선, 초대형 탱커 등 다수의 대형 수주를 따냈으며, 실적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호황은 정점에 이르렀고, 향후 수주 환경은 녹록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고금리·고환율·자재비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건비 인상이 부담이라는 것이다.
◇ 노동운동의 ‘전략 변화’ 요구도
일각에선 한국 노동조합의 방식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체교섭이 곧 파업으로 이어지는 구조, 협상의 유연성 부족, 산업 전환기 변화에 대한 대응력 미흡 등이 반복적인 갈등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생산 차질을 통한 압박’이 과거에는 유효했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ESG 평가 체제가 강화된 현재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파업은 더 이상 만능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 갈등 아닌 대화가 산업을 살린다
HD현대중공업의 파업 논란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닌, 한국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다. 현장은 여전히 뜨겁지만, 해법은 냉철한 교섭에서 시작된다. 사측과 노조 모두 당장의 명분보다 산업 전체의 미래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파업 후 합의’가 아니라, ‘대화로 타결’하는 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절실하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