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고민 깊어진 하이트진로…日 기린 생산으로 돌파구 찾나

K-Food / 한시은 기자 / 2026-10-13 07:00:19
상반기 맥주 매출 11.9% 감소…기린은 올해 최대 판매 전망
기린 캔 판매 연평균 97%↑…내년 국내 생산 비중 75% 목표
전주공장 생산 여력 활용…가동률·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하이트진로가 맥주 사업 부진 속에서 판매가 늘고 있는 일본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에 나섰다. 수입에 의존하던 캔 제품을 직접 생산해 공급 기간을 줄이고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공장 가동률 개선 효과는 크지 않고 절감한 운송비도 판촉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어서 당장의 수익성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왼쪽부터) 김동우 전주공장장과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유통해 온 데서 나아가 국내 생산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초도 생산 목표는 150만ℓ로, 500㎖ 캔 300만개에 달한다. 내년에는 국내 연간 판매량의 75%를 국내 생산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 하이트진로의 부진한 맥주 사업…기린은 최대 판매 전망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류시장 전반의 소비 위축 속에서 맥주 판매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2조4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맥주 매출이 7581억원으로 7.9%, 소주 매출이 1조5221억원으로 1.7% 줄어 맥주 사업의 감소 폭이 더 컸다.

구체적으로 맥주 매출은 2023년 8233억원, 2024년 8236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7000억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3364억원에 그쳤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생산량은 2024년 51만4444㎘에서 지난해 47만3281㎘로 8.0%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21만374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줄었다.

반면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판매 증가세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예상치)까지 연평균 판매량 성장률은 82.4%다.

특히 국내 생산을 추진하는 캔 제품의 성장률이 높다. 같은 기간 캔 제품 판매량의 연평균 성장률은 97%로, 병 제품 41%, 생맥주 제품 64%를 웃돈다. 국내 생산 대상을 캔 제품으로 정한 것도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린이 한국 생산을 결정한 배경에도 공급 안정화 필요성이 있다. 일본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에 일부 제약이 발생하자 하이트진로의 생산 기술력을 검토한 뒤 라이선스 생산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기린이 아시아 지역의 비계열 수입·유통 파트너사에 이치방 시보리 생산 라이선스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수입맥주 위축에도 일본 맥주는 성장…국내 생산으로 수요 대응


실제로 국내 전체 수입맥주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일본 맥주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분석 결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수입맥주 물량은 연평균 약 3% 감소했다. 일본 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 물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약 12% 줄어든 반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연평균 약 72%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4592만달러로 최근 10년간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2018년 3929만달러보다 16.9% 증가한 수치다. 수입량 역시 5만8305톤으로 2018년 4만2962톤과 2019년 4만1535톤을 모두 웃돌았다.

하이트진로가 기린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존 주력 맥주 브랜드의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수입맥주 브랜드의 공급을 안정화해 추가 판매 기회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면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 물량을 보다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생산부터 국내 유통까지 걸리는 기간도 기존 약 한 달 반에서 1~2주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 대규모 투자 없이 기린 생산…수익성 개선은 지켜봐야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별도의 생산라인 증설이나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전주공장의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전주공장의 맥주 생산능력은 18만6035㎘, 실제 생산량은 10만7302㎘로 가동률은 57.7%에 머물렀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평균 가동률인 74.7%를 크게 밑돌아 추가 물량을 생산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가동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초도 생산 목표인 1500㎘(150만ℓ)는 전주공장의 상반기 생산능력을 연간으로 단순 환산한 37만2070㎘의 약 0.4% 수준이다. 기존 생산량이 유지되고 기린 물량이 추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초도 물량만으로 가동률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하이트진로 역시 기린의 국내 생산에 따른 전주공장 가동률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기린의 국내 연간 판매량 중 75%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지만, 물량 자체가 공장 생산능력에 비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린의 판매 확대가 테라·켈리 등 기존 맥주 브랜드의 판매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가 프리미엄 수입맥주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인 만큼 공략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생산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부도 지켜볼 부분이다. 완제품 수입에 드는 운송비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제품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효모 등 일부 원료는 일본에서 들여와야 한다.

하이트진로는 비용 절감분을 품질 유지와 소비자 대상 프로모션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절감한 비용을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재투자하는 만큼 단기간에 맥주 부문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기보다는 공급 안정화와 시장 점유 확대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은 “기존 기린 수입·판매 실적도 하이트진로 전체 실적에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실적에 포함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 구조에는 변동이 없으며, 국내 생산으로 일부 운송비 절감이 예상된다”며 “절감된 비용은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투자해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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