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서 사실상 퇴출 상태”[1부]

산업·기업 / 최성호 기자 / 2025-05-26 13:24:23
수출 통제로 H20마저 막히자 중국 AI시장서 사실상 퇴출 선언
중국 관영지 “경쟁 구도 자체가 변했다…미국, ‘기술 봉쇄’ 실패”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AI 칩 ‘블랙웰’의 설계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H20 모델마저 막힌 지금,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경쟁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승인 없인 중국에서 버틸 수 없어”
 

엔비디아 대변인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제품 설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엔비디아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내 경쟁사들은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덕분에 500억달러 규모의 AI 시장을 기반으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H20마저 수출 차단…6월 신제품 출하 준비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제재 기준을 간신히 충족하는 저사양 중국 전용 신형 AI 칩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6월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H20은 그동안 중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판매 가능한 AI 칩이었으나, 트럼프 전 행정부의 추가 규제 조치로 수출이 제한되며 사실상 무기력 상태에 놓였다.


◆“기술 경쟁은 역동적으로…미국 규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한 봉쇄와 추격 구도를 넘어서 역동적인 새 판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 기준선에 맞춘 절충형 제품을 반복 출시할수록, 중국 자국산 칩(예: 화웨이 어센드 910B)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는 형국”이라고 평했다.

또한 “미국은 기술 우위를 더 이상 시간차로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게임의 규칙 자체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술 통제가 경쟁 우위 확보가 아닌, 되레 자국 기업의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에 중국은 포기 못할 시장”
 

베이징 사회과학원의 왕펑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엄격한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여전히 중국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제품 커스터마이징과 신속한 재출시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세계 최대 AI 칩 수요국 중 하나이며, 엔비디아는 이미 상당한 고객 기반과 점유율을 쌓아왔다”면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엔비디아가 쉽게 등질 수 없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도 “수출 통제는 실패”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난 21일 대만 타이베이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 팩트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엔비디아 내부에서조차 기술 봉쇄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규제의 역습’…엔비디아만이 피해보는 구도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퇴출 선언은 단순한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패권 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상징한다.수출 통제는 오히려 중국 기업의 내재화를 자극하고, 미국 기업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흔들며, 역으로 자국 기업을 고립시키는 ‘규제의 역습’을 초래하고 있다. 

 

AI 패권 전쟁의 무게중심은 더 이상 ‘기술 우위’가 아니라, 정치와 규제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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