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세계 주요 관광지에 ‘신라면 분식’ 열어 글로벌 소비자 공략
삼양식품, 불닭 팬덤 강화 이어 ‘맵’ 브랜드로 아시아 시장 정조준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K-라면의 대표주자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체험형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세계 관광지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라면의 매운맛을 선보이고, 삼양식품은 불닭을 앞세워 글로벌 팬덤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글로벌 체험 팝업스토어인 ‘신라면 분식’을 운영한다. 지난 4월 페루 마추픽추를 시작으로 이달에는 일본 하라주쿠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농심 일본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 매장에서 관람객들이 신라면을 맛보고 있다./사진=농심 제공 |
이 팝업스토어는 신라면·신라면 툼바·짜파게티 등 다양한 농심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에서 생소한 ‘라면 즉석조리기’로 갓끓인 라면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현지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분식’은 현지 젊은 층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에서 글로벌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두 곳의 팝업스토어를 상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의 해외 겨냥 마케팅은 이뿐 아니다. 농심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까르푸와 협업해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수상버스 신라면 래핑 광고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오픈한 농심 팝업스토어는 10일간 약 1만3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성행을 이뤘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일본 현지에 선보인 ‘신라면 툼바’는 출시 2주만에 초도물량 100만개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유럽과 중동 등 신흥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농심은 현재 약 4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61%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지 소비자 맞춤형 신제품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체계 등을 정비해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일어난 ‘불닭 신드롬’을 바탕으로 ‘매운맛’ 정체성을 굳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7년 중국과 동남아 고등학교·대학교를 직접 찾아가 ‘불닭볶음면 빨리먹기 대회’와 시식 캠페인 등으로 초기 수요층을 공략했다. 이어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공식 파트너십 체결과 불닭 브랜드 뮤지컬 등 이색적인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며 불닭 팬덤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생일 선물로 받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10대 소녀를 위해 ‘깜짝 파티’를 열어 SNS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이벤트는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정서적 연결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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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쿠알라룸푸르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맵’을 즐기고 있다./사진=삼양식품 제공 |
최근에는 불닭 흥행을 이어갈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맵(MEP)’을 선보여 글로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맵’은 한국어 ‘맵다’에서 착안한 브랜드로, 한국의 매운맛을 현지화한 국물라면이다. 지난해 12월 태국과 올해 2월 일본에 이어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론칭하며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맵’ 팝업스토어는 4일간 1만5000명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곳은 맵 시식회는 물론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게임존 등으로 구성돼 행사 기간 내내 긴 대기줄을 형성했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액은 2022년 9090억원, 2023년 1조1929억원, 지난해 1조7280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실적이 크게 증가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7%까지 확대됐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중국 등 주요국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한 생산 현지화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며 “해외 매출 2조원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삼양식품은 수출 제품 생산을 맡을 밀양 제2공장을 준공했다.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면 연간 최대 8억3000만 개의 제품을 추가 생산해 전체 불닭면류 연간 생산량은 기존 20억8000만개에서 약 28억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체험 이벤트는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끌며 단기 노출 효과는 물론 중장기적 수요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며 “최근 해외 소비자와 물리적·정서적 거리를 좁히려는 ‘K-푸드’ 기업들의 도전이 더욱 본격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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