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 “구현이 쉬워진 시대, 경쟁력은 맥락”…AI 시대 해법 제시

K-Living / 소민영 기자 / 2026-06-16 13:51:24
NDC 26 키노트서 ‘맥락 자본’ 강조
‘AI는 출력물을 만들지만, 유저와의 약속은 만들 수 없다’ 강조
개발사가 만든 것은 게임 속 무대…삶과 이야기는 유저가 채워 나가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NDC 26)이 16일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첫날 키노트 연사로 나선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인공지능(AI) 시대 게임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NDC 26은 오는 18일까지 3일간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산업 지식 공유 행사다. 올해 행사는 인공지능(AI), 기획, 운영, 데이터 분석 등 총 9개 분야 51개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게임 개발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와 고민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첫날 키노트 무대에 오른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2018년 NDC 키노트에서 던졌던 “재미의 본질은 구현의 바깥에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꺼내며, 2026년 현재에는 구현이라는 장벽 자체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16일 오전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진행된 첫 번째 세션 강연자로 오른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사진=소민영 기자

 

그는 게임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을 먼저 짚었다. 스팀에 출시되는 게임 수가 10년 사이 크게 늘었지만, 폭넓은 주목을 받은 게임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며 게임 산업의 경쟁 구도가 ‘많이 만드는 것’에서 ‘선택받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넷플릭스에서 콘텐츠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예로 들며 “공급은 폭발하지만 유저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라고 말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는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게임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AI가 코드 작성, 이미지 제작, 프로토타입 개발 등 구현 비용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만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쉬워진다”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된 일은 더 이상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경쟁의 축은 ‘맥락’이다. 강 대표는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특정 게임이 오랜 시간 쌓아온 스타일, 이용자의 취향, 커뮤니티의 기억, 개발진의 판단이 결합될 때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맥락 자본’이라고 표현했다.

강 대표는 맥락 자본을 만드는 쪽과 즐기는 쪽 모두에 쌓이는 자산으로 정의했다. 개발자가 수년간 축적한 장르 이해, 운영 데이터, 밸런스 노하우는 만드는 쪽의 맥락이며, 유저 간 관계, 커뮤니티가 함께 기억하는 사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감정은 즐기는 쪽의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AI 모델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어도 시간이 쌓아올린 맥락은 돈만으로 살 수 없고, 프롬프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강 대표는 맥락이 단순히 오래 운영한다고 자동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금융의 ‘단리’와 ‘복리’ 개념을 빌려, 개발 경험과 유저 경험이 다음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이어질 때 비로소 맥락이 복리처럼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어떤 게임은 시간이 지나며 유저의 일상에 스며들지만, 어떤 게임은 매번 자신을 새롭게 설명해야 하는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넥슨의 라이브 게임 사례도 언급했다. 게임을 함께 즐긴 커플이 결혼 소식을 보내온 일화, ‘메이플스토리’에서 유저들이 만들어낸 사건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창작 플랫폼에서 재현된 사례 등을 통해 “유저는 게임을 소비하지 않고 게임 안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개발사가 만든 것은 무대일 뿐, 그 안의 삶과 이야기는 유저가 채운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브 게임과 패키지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을 ‘약속’으로 설명했다. 라이브 게임에서는 세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 패키지 게임에서는 완성된 세계가 언제까지나 플레이어를 기다린다는 약속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AI는 출력물을 점점 더 잘 만들겠지만 약속만은 출력하지 못한다”며 “약속은 지켜질 때만 쌓이고 어긋나는 순간 가장 빨리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발표 말미에 두 가지 AI를 대비시켰다. 하나는 구현 비용을 낮추는 ‘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유저와 함께 보낸 시간, 운영 판단, 커뮤니티 문화가 축적된 ‘Accumulated Intelligence’, 즉 축적된 지능이다. 그는 첫 번째 AI가 모두의 무기라면, 두 번째 AI는 각 게임과 개발사가 오랜 시간 쌓아온 고유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에 우리가 들어야 할 무기는 첫 번째 AI를 누구보다 잘 쓰면서, 그 위에 두 번째 AI를 누구보다 두텁게 쌓는 것”이라며 “경기는 그대로여도 맥락은 세계를 만든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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