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팩홀딩스와 심팩 간 합병…최진식 일가 사익 추구 의혹 ‘솔솔’

금융·증권 / 윤승호 기자 / 2025-12-03 09:45:13
역흡수합병 방식, 오너 일가에 유리한 구조
부동산 사업 대규모 손실, 주주들에게 전가 우려
소액 주주들, 투자자문사 합병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

[소셜밸류=윤승호 기자] 최진식 심팩(SIMPAC) 회장 일가가 심팩홀딩스와 심팩 간의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거래와 대주주 사익 편취 의혹에 휩싸였다. 심팩은 비상장 지주사인 심팩홀딩스를 상장사인 사업회사 심팩이 흡수 합병하는 방식을 추진했는데, 이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심팩홀딩스 주주(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구조로, 상속 재원 마련과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심팩을 존속법인으로 심팩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기일은 오는 12일로 전날까지 합병 및 자본금 감소에 따른 채권자 이의 신청을 받는다. 심팩과 심팩홀딩스의 합병비율은 1:34.2122440로 비상장사인 심팩홀딩스 주식 1주당 상장사인 심팩 주식 약 34주를 받게 된다.

 

▲최진식 한국 중견기업인 연합회장이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사모펀드 엠제이파트너스는 심팩을 상대로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절차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두 회사 간 합병비율이다.

이에 대해 엠제이파트너스는 "심팩의 합병가액을 주당 순자산가치 9579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시가 4443원으로 정했다"며 “최대주주인 최진식 회장이 아들인 최민찬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들의 전체적인 이익에 현저히 반하여 이루어지는 명백한 위법(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증권맨 출신으로 2000년대 초 심팩을 인수해 세계적인 프레스 업체로 키워냈고, 현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직을 연임하며 중견기업계를 이끌고 있는 최진식 회장은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장남과 차녀에게 심팩 보통주를 증여하는 등 2세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합병이 완료되면 최민찬 전무가 심팩 지분 21.4%를 확보해 2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 최 전무는 심팩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심팩홀딩스 지분 39.56%를 보유한 1대주주다.

심팩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최 회장(33.36%), 장남 최민찬 심팩 전무(39.56%), 장녀 최민영 심팩 전무(16.48%), 부인 윤연수 심팩최진식장학재단 이사장(10.30%) 등 오너 일가로 되어 있다. 지분 구조상 배당금 전액이 최 회장과 자녀, 배우자 등 오너 일가에게 돌아간다. 심팩홀딩스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204억 원을 배당했다.

최 회장 일가가 추진했던 부동산 사업의 대규모 손실이 합병 과정에서 심팩 주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팩홀딩스는 1000억 원대의 부동산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는 배당으로 200억 원을 챙겼다는 비판이다.

심팩홀딩스는 사실상 파산직전 상태에 놓인 최진식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유엘개발에 2024년 중 717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앞서 유엘개발 외부감사인은 자본잠식으로 인해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2024년 중 유엘개발에 71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유엘개발 지분 25%를 무상으로 인수한 뒤 247억원을 증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심팩홀딩스는 유엘개발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지분법 손익은 -11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팩홀딩스는 유엘개발에 470억원의 장기대여금도 추가로 제공했다. 문제는 심팩홀딩스는 같은 해 유엘개발 기타채권 208억원을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전액 대손 처리했다는 점이다.

유엘개발뿐만 아니라 심팩홀딩스는 하랑엠앤디, 비오비플래닝 등 최진식 회장이 실질 지배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들에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가 324억원을 대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랑엠앤디의 지분 구성은 심팩홀딩스 50%, 넵튠인베스트(대표이사 최진식) 35%, 개인 15%로, 최진식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은 회사가 35%를 보유하고 있다. 비오비플래닝도 마찬가지다. 심팩홀딩스 50%, 세레스에셋매니지먼트(대표이사 최진식) 35%, 개인 15%로 구성됐다. 최진식 회장이 지배하는 세 회사에서 발생한 손실 규모는 총 1132억원으로 추산된다.

심팩은 2024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으며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된 바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구성과 견제기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점 등 대부분 거버넌스 지표에서 최하점에 머물러 있다. 오너 일가의 이러한 사익 추구 의혹들은 지배구조 문제와 맞물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심팩 관계자는 “현재 합병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답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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