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처방 왜곡 부르는 ‘검은 거래’ 리베이트…고려제약 판결이 던진 경고

K-Health / 소민영 기자 / 2026-06-19 15:29:21
처방 대가 금품 제공은 환자 선택권·건보 재정 훼손
JW중외 과징금·판매정지, 경보·일동 제재, 안국 재판까지
제품력·임상 근거 중심 경쟁 전환 과제 부상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사건 1심 판결을 계기로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영업 관행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리베이트는 단순한 기업 간 판촉비 문제가 아니라 의료인의 처방 판단을 왜곡하고,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폐해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제약사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에게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끊고 제약사들이 제품의 품질과 임상적 근거로 승부하는 정상적인 경쟁 질서를 회복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경찰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법원, 고려제약 리베이트에 대표 징역 3년 선고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박상훈 고려제약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 등은 2017년부터 2024년 9월까지 회사 자금 41억6000만여원을 횡령해 병원과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현금과 물품, 접대 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리베이트 행위가 제약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환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라며 엄중한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제약사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제약 리베이트 사건은 형사처벌,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며 기업 경영과 제품 판매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JW중외제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JW중외제약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자사 62개 품목 의약품의 처방 유지·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9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JW중외제약은 약사법 위반에 따른 후속 행정처분으로 2026년 31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판매정지 대상에는 항생제, 고혈압·당뇨병 치료제 등 병원 처방 비중이 높은 전문의약품이 포함됐다.

종근당 계열 경보제약도 리베이트 제재 이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정위는 2024년 1월 11일 경보제약의 부당고객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경보제약은 2015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5년간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13개 병·의원 및 약국에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영업사원을 통해 총 150차례에 걸쳐 현금 약 2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경보제약 본사는 판촉비 성격의 지점운영비를 매월 수표로 내려보냈고, 영업사원들은 이를 현금화해 리베이트 자금으로 사용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리베이트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싹콜’(선지원 리베이트), ‘플라톱’(후지원 리베이트) 등 은어를 사용했고, 병·의원의 처방 근거자료를 활용해 지급 규모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의약품 시장의 경쟁 질서를 왜곡하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이는 불법 리베이트가 특정 회사의 법 위반을 넘어, 처방 경쟁을 금전 제공 경쟁으로 변질시키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진=AI 생성(ChatGPT)


일동제약 역시 과거 전국 의원 538곳에 16억8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전후 제약사 영업 관행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안국약품은 장기화된 형사재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진 안국약품 회장은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관계자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장기간 재판 절차가 이어지고 있어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오너 경영자의 사법 리스크가 기업 신뢰도와 컴플라이언스 체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크다.

 

◇ "제약 문화 근본적으로 변화해야"…제품력 중심 체질 개선 필요

리베이트는 통상 의약품 처방·채택·거래 유지 또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부당한 금전·물품·향응·편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법과 약사법 등 관련 법령은 의약품 정보 제공과 학술·연구 활동,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위해 일정 범위의 경제적 이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령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에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시판 후 조사 사례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역시 형식만 갖췄다고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견본품은 최소 수량이어야 하고 판매가 금지되며, 제품설명회는 의약품 정보 제공 목적이어야 한다. 식음료와 기념품 등도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학술대회 지원이나 연구비도 실비·연구 목적·절차 요건을 벗어나 처방 유도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불법 리베이트로 판단될 수 있다.

리베이트 제공자인 제약사뿐 아니라 이를 받은 의료인과 병원 관계자 역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실제 특정 제약사 의약품 사용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병원 관계자에게 실형이 확정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책임도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이는 리베이트가 단순한 영업비 문제가 아니라 처방 선택의 공정성, 환자 부담,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되는 공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자·소비자단체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약가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14년 만의 제네릭 약가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리베이트 중심 시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약가만 낮추는 것은 반쪽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불투명한 유통 관행 개선, 제네릭 품질 정보 공개, 처방·약가 투명성 강화, 불공정 처방 유인 행위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고려제약 사건은 제약업계에 분명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현금, 상품권, 접대, 우회 지원으로 처방을 유도하는 방식은 더 이상 관행으로 용인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발될 경우 기업은 과징금과 판매정지, 형사처벌, 평판 훼손이라는 복합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의료인 역시 리베이트 수수에 따른 형사처벌과 면허 관련 행정처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대로 이번 사건이 제약 영업 문화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경쟁 대신 제품의 임상적 근거, 품질, 안전성, 복약 편의성, 안정적 공급, 합리적 약가를 앞세워 정당하게 경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경우 시장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는 가격과 영업력보다 품질 검증, 생동성 자료, 공급 안정성, 환자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베이트 단속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업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과 제품력 중심의 영업 체질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불법 판촉비가 줄어들고 투명한 정보 제공과 근거 기반 마케팅이 자리 잡는다면, 성실하게 제품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이 오히려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제약산업은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 연결된 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가 아닌 제품력으로, 처방 유도가 아닌 근거와 신뢰로 승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