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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와 이재명 대통령/이덕형 칼럼 |
현재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지정과 관련 기록은 대부분 남한 지역 활동에 국한돼 있다. 해방 이후 분단으로 인해 북한 지역 자료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일투쟁의 무대는 한반도 전역이었으며, 특히 함경도·평안도·자강도 등 북부 지역에서는 무장부대와 지하조직이 활발히 활동했다.
북한에는 전투 기록, 지하조직 보고서, 일본 헌병대의 체포·재판 자료 등 귀중한 사료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한은 이를 확보하지 못해 수천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기록 없는 영웅’으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서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민족사 전체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것이다.
이제 통일부가 나서야 한다. 그간 통일부는 남북 교류와 협력 관리에 치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민족 정체성을 복원하는 역사 프로젝트의 주체로 자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남북관계 신뢰 구축의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이미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남북 간 독립운동 사료 목록의 상호 교환 ▲공동 검증위원회 설치 ▲자료 디지털화 및 공동 보존 규약 체결 ▲남북 공동기록보존센터 설립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판문점에서 자료 교환 행사를 열어 정치적 긴장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제3국에서 만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역사 복원 과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의 정치’는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독립운동사의 복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민족 정체성의 과제이자 후세대 교육의 문제이다.
특히 2026년 광복 81주년은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자료를 교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민족 독립운동사’를 편찬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독립운동의 보편적 가치를 알리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독일·폴란드·체코 등 유럽 국가들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넘어 공동 역사 편찬을 진행해 왔다. 과거사 갈등이 첨예했지만, 기록을 공유하고 학술 교류를 확대하면서 상호 이해와 화해의 기초를 마련했다. 한국 역시 분단 현실을 고려할 때 독립운동사 공동 복원은 남북 신뢰 구축과 교과서 통합을 준비하는 선행 작업이 될 수 있다.
광복절은 이미 지났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념은 준비할 수 있다. 내년, 그리고 2026년을 ‘완전한 광복절’로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통일부는 이 과제를 상징이 아닌 정책적 과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독립운동사의 복원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세우는 토대이다. 민족의 뿌리를 온전히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남북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다.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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