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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20일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제철 부산물 활용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사진=현대제철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현대제철이 제철소에서 나오는 슬래그 등 부산물을 건설 자재로 활용하는 기술 교류의 장을 마련하며 탄소저감과 자원순환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6월 20일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제철 부산물 활용 건설재료화 기술 심포지엄’에는 산·학·연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해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의 협업 가능성과 기술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탄소중립 압박 속 ‘폐기물→자원’ 전환 시도
이번 행사는 철강·건설 분야가 직면한 탄소중립 과제와 순환경제 전환 요구에 대응하려는 산업계의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업종으로, 공정 중 부산물인 고로슬래그, 전로슬래그 등의 처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국내 제철소에서 연간 발생하는 슬래그는 약 2,500만 톤에 달하며, 이 중 건설재 등으로 활용되는 비율은 약 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부가가치화된 재활용 비율은 낮고, 일부는 매립되는 등 환경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슬래그를 '탄소저감형 건설재'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슬래그를 활용한 콘크리트 대체재 기술 ▲도로 포장 및 구조물 자재화 기술 ▲탄소저감형 시멘트 활용 사례 등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고로·전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의 성분 변화를 반영한 건설 재료화 기술을 집중 소개했다.
최근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공정 도입으로 인해 슬래그 조성이 변화하고 있어, 이에 맞춘 재활용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도로공사, 쌍용C&E 등 기관들도 ▲도로기반 건설용 슬래그 혼합비율에 따른 내구성 ▲시멘트 대체재로서의 슬래그 성능 분석 ▲환경기준 적합성 등을 발표하며 실증 기반 데이터를 공유했다.
◇"이제는 기술 넘어서 상용화·정책 연계로 가야"
현대제철 김용희 공정연구센터장은 “슬래그 활용 기술은 이미 기술적 검증은 끝났고, 이제는 실질적인 상용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속가능한 건설 기술 발전과 철강산업의 환경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국가 인증 시스템, 표준 규격 마련, 지자체의 조달 연계 등 실무 단계에서의 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철강 부산물 활용률 80% vs. EU는 95% 이상
국내 철강 부산물 활용률은 평균 약 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저부가가치 용도(도로기층재, 매립재 등)이며,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자재화율(콘크리트·시멘트 대체재 등 95% 이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철강제품의 탄소 배출량과 재활용률까지 검토해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한국 철강기업들의 제품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부산물 자원화는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규제 부재, 지역별 편차, 인식 부족
전문가들은 기술개발과 실증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부산물에 대한 제도적 정의 미비 ▲지자체별 상이한 환경 규제 ▲건설현장의 인식 부족 등으로 재활용률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슬래그는 중금속 기준 등 환경 안전성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변수가 있어, 규제기관 및 시민사회의 반발 가능성도 관리해야 한다.
◇‘친환경 철강’ 위상 확보와 공공 프로젝트 진출 겨냥
현대제철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국내외 탄소 규제 대응,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확보, 그리고 향후 공공 조달시장 진출 확대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가 2024년부터 공공조달 기준에 녹색제품, 탄소저감 재료 사용 비율을 의무화하면서, 슬래그를 활용한 건설재 기술이 공공사업 입찰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 현장의 친환경 재료, 철강에서 나온다”
이번 심포지엄은 독자들에게 ‘철강 부산물=폐기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건설업의 탄소 저감과 자원 순환을 연결짓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독자들이 접할 도로나 건물의 일부는, 단지 시멘트가 아닌 ‘슬래그를 활용한 고강도 친환경 자재’일 수 있다. ESG와 탄소중립이 실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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