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B필러 코치 도어·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으로 안전성 확보
컷리스 헤드램프·천연 소재로 ‘달항아리’ 디자인 구현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제네시스가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의 개발 과정을 처음으로 자세히 공개했다.
B필러 없이 앞뒤 문이 따로 열리는 코치 도어와 세계 최초의 루프 에어백 등 콘셉트카에서나 볼 수 있던 기술을 양산차에 넣은 과정을 개발진이 직접 설명했다.
장인의 손끝에 기대 온 럭셔리의 완성도를 정밀한 설계와 철저한 검증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GV90 테크 데이’를 열었다. 슬로건은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정신(Engineered Craftsmansh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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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90 테크 데이 대담 패널들이 현장 질의에 답하는 모습(왼쪽부 이준수 제네시스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 하태원 제네시스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파트장,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장,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장, 김동환 차량아키텍처패키지개발팀 파트장,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사진=현대차 제공 |
GV90는 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해외 주요 매체들은 콘셉트카 수준의 혁신을 양산차로 구현했다며 럭셔리 시장의 판도를 흔들 새 플래그십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환영사에서 “엔지니어링은 흔히 타협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GV90는 그 순서를 뒤집어, 고객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기준부터 세우고 끝까지 지켜냈다”며 “공간과 안전, 디자인과 감성 품질 모두에서 일반 자동차의 한계를 넘어선 플래그십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의 진행으로 연구개발·제조 부문 실무 책임자 12명이 패널로 나섰다. 대담은 ▲혁신적인 바디 구조 ▲달항아리 콘셉트를 구현한 디테일 ▲플래그십의 기초 ▲주행 성능에 담은 역동적인 우아함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고, 이어 질의응답과 부품 전시가 이어졌다.
◇ B필러 없이도 안전...힌지·래치·차체 새로 설계
GV90 네오룬에는 B필러를 숨긴 채 앞뒤 문이 독립적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도어 힌지와 래치, 차체 구조를 모두 새로 개발했다.
핵심은 뒷문을 바깥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다.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앞뒤 문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열린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대학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펴 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갔다”며 “결정적인 힌트는 자동차 밖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초정밀 부품 ‘리니어 모션 가이드’를 힌지에 적용했다. 레일과 블록 사이를 구르는 볼로 마찰을 줄인 직선 운동 부품으로, 70kg에 이르는 뒷문을 흔들림 없이 움직이게 한다.
B필러 대신 도어 상·하단 두 곳에 래치를 달고, 두 래치를 동시에 푸는 ‘멀티 릴리즈 컨트롤러’와 문을 닫을 때 두 래치를 함께 당겨 잠그는 ‘듀얼 신칭 소프트 클로징’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릴 때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는 도어 하단 크롬 가니시 안에 숨겼다. 금속 도금층에 미세한 균열을 내 전파가 통과하도록 한 ‘크롬 크랙’ 기술 덕분이다.
B필러가 하던 역할은 차체 골격과 도어 내부로 나눴다. 넓게 열린 도어 개구부 둘레를 ‘히든 롤케이지’ 구조로 고리처럼 연결하고, A필러에서 루프로 이어지는 골격에는 길이 2.5m의 고강도 스틸 튜브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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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90 테크 데이 전시 공간/사진=현대차 제공 |
도어에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넣어, 문이 닫혀 있는 동안 루프와 측면 하중을 차체로 전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붕을 위에서 누르는 전복 가정 시험에서 14톤포스(tf) 이상의 하중을 견뎠다. 시속 60km 측면 직각 충돌 시험에서는 차체가 밀려 들어온 뒤에도 최소 320mm의 탑승객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 제네시스는 이 수치가 글로벌 양산차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결과 모두 연구소 자체 시험 기준이다.
◇ 이음매 없는 ‘달항아리’...램프·도장·소재까지
외관은 이음매 없이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달항아리를 목표로 했다. 대표 기술은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의 ‘컷리스(Cut-less)’ 공법이다. 램프 바깥면에 차체와 같은 색을 칠한 뒤 빛이 나오는 부분만 레이저로 깎아내, 램프와 차체가 하나의 면처럼 이어진다.
16종의 외장 색상마다 레이저 출력과 주파수, 가공 속도를 달리해 품질을 맞췄다. 개선된 MLA(초소형 렌즈 배열) 기술로 램프 높이는 G90보다 약 20% 줄였지만 배광 성능은 오히려 높였다. 렌즈와 하우징은 분리할 수 있게 설계해 사고가 나면 손상된 부품만 바꿀 수 있다.
도장은 GV90를 생산하는 울산 EV공장의 새 자동화 도장 라인과 AI 비전 검사 설비가 맡는다. 공장 안에 컬러 매칭 전용 공간을 두고 색상마다 48차례 미세 조정을 거쳐, 소재와 공정이 다른 외장 부품도 차체와 같은 색으로 보이게 했다.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의 투톤 컬러에는 도료와 코팅을 세 번 입히는 새 공법을 도입해 두 색의 경계 단차를 줄였다.
실내에는 리얼 우드와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천연 소재를 폭넓게 썼다.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한 울 캐시미어 원단은 조직이 드러나는 입체 직조로 고급 가구 같은 볼륨감을 냈다. 승하차 때 생기는 마찰까지 고려해 200종 이상의 샘플을 평가했다. 무늬와 색이 제각각인 우드·스톤 소재는 디자이너가 직접 분류한 실물 견본집 ‘마스터 북’을 기준으로 생산한다.
남택성 제네시스CMF팀장은 “뒷좌석 우드 플로어는 스파이크 달린 골프화를 신고 오르내리는 상황까지 고려해 내구성을 점검했다”며 “천연 소재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플래그십에 필요한 내구성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 eMP 플랫폼·루프 에어백...공간과 안전 동시에
GV90에는 플래그십 전용 eMP(Electric Mobility Prime) 플랫폼이 처음 적용됐다. 목표는 1열부터 2열까지 바닥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심리스 풀 플랫 플로어’다.
이를 위해 바닥 아래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와 대시보드 속 공조 장치를 전방 PE룸으로 옮겼다. 2열 시트 레일은 카펫 아래 차체 안에 숨겼다. 후방에는 주요 섀시 부품을 위아래로 겹쳐 배치한 ‘3차원 PE 모듈 구조’를 적용해 고출력 모터와 서스펜션, 후륜 조향 장치를 모두 넣으면서도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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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90 네오룬의 BIW 이미지/사진=현대차 제공 |
차체 구조물의 72%는 알루미늄이다. 하중이 몰리는 서스펜션 연결부에는 여러 폐단면을 접합 없이 한 번에 주조하는 ‘할로우 캐스팅’ 공법을 써 강성을 높였다.
충돌 안전은 차체를 무작정 두껍게 하는 대신 충돌 에너지가 흘러갈 길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스몰 오버랩 충돌 때는 전방 디플렉터와 프렁크바가 에너지를 옆으로 흘려 차가 장애물을 비켜 지나가게 한다. 정면 고속 충돌 때는 밀려난 서브프레임과 PE 시스템이 배터리 아래로 미끄러져 탑승 공간과 배터리를 보호한다.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장은 “이런 설계는 가벼운 차에서는 비교적 쉽지만 무거운 전기차에서는 매우 까다롭다”며 “3톤이 넘는 차도 충돌 순간 설계한 대로 움직이며 탑승객을 지키는 것이 럭셔리 플래그십의 진짜 품격”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루프 에어백은 전복 사고 때 천장을 따라 펼쳐져 탑승객이 루프 글라스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고 머리 부상을 줄인다. 천장면을 따라 1400mm 거리를 0.08초 만에 펼쳐져야 하는 만큼 스프링 하우징 구조의 와이어 가이드를 새로 개발했다.
검증 방식도 바꿨다. 차량을 90도 정도만 기울이던 기존 시험 대신 실제 사고처럼 180도 이상 굴리는 전복 시험을 도입했다. 실차 40대 평가와 에어백 단품 평가 300회 이상, 외부 기관 검증을 거쳤다.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개방감을 위해 스마트 비전 루프를 고른 고객에게도 더 강화된 안전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며 “공인 평가 등급뿐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까지 대비하려 했다”고 밝혔다.
◇ 플랫한 주행 감각과 높은 정숙성
주행 성능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에 맞췄다. 대용량 에어 스프링을 쓰는 초대형 SUV는 급가속 때 앞이 들리는 노즈 업 현상이 생기기 쉽다. 제네시스는 안티 리프트 성능을 경쟁 차종보다 19.5% 높인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적용하고, 쇽업소버 리바운드 스프링 강성을 30% 높였다.
여기에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현대차그룹 최초로 양산 적용한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더했다. ‘듀얼 e-LSD’는 앞뒤 바퀴의 좌우 구동력을 각각 배분해 고속 선회 때는 민첩성을, 미끄러운 길에서는 안정성을 높인다.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장은 “직접 운전해 보면 초대형 SUV인데도 차체 거동이 매우 플랫하고 날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숙성은 소음이 생기는 곳에서부터 잡았다. 모터와 감속기 하우징에 관찰 창을 내고 고속 카메라와 레이저로 소음이 나는 순간 축의 움직임을 분석해, 축을 분리형 구조로 바꾸고 기어 맞물림 면을 정밀하게 다듬었다. 소음 성분과 반대 위상의 전류를 넣는 소프트웨어 제어로 모터 소음의 원인인 가진력(진동을 일으키는 힘)을 최대 40% 줄였다.
실내는 문을 닫는 순간 바깥과 단절되는 차폐감을 목표로 했고, 플래그십 세단 G90보다 낮은 로드 노이즈를 달성했다. 쿼터 글라스와 테일게이트까지 모든 유리에 차음 유리를 썼고, 앞뒤 도어 유리에는 기존보다 두 배 두꺼운 차음 필름을 넣었다.
배선보다 흡차음재를 먼저 장착하도록 공정 순서를 바꿔 적용 면적을 넓혔고, 현대차그룹 최초로 상온 발포 공법을 도입해 차체 골격 속 소음 경로를 막았다.
윈드 노이즈는 바람이 센 미국 캘리포니아 시험장과 독일 아우토반 시속 240km 고속 주행 평가 등 제네시스 차종 중 가장 많은 검증을 거쳐 초기 목표보다 2dB 낮췄다.
◇ 320평 부품 전시관...연구원 30여 명 현장 설명
대담에 이어 약 1060㎡(320평) 규모의 부품 전시관이 운영됐다. 중앙에는 GV90 네오룬의 도장 전 차체(BIW)와 eMP 플랫폼 실물을 함께 배치해 알루미늄 골격과 이종 소재 접합 공법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별도로 꾸린 ‘사운드 익스피리언스 부스’에서는 실제 도로 소음을 재현하고 차량 안팎의 소음을 데시벨로 표시해 정숙성을 체감하도록 했다. 이 밖에 듀얼 모션 힌지의 단계별 개발 샘플, 컷리스 헤드램프의 제작 과정, 배터리 열전이 방지 기술(TRP)을 적용한 신규 배터리 시스템 내부 구조도 실물로 공개됐다.
전시관 곳곳에는 개발 연구원 30여 명이 상주하며 설계 의도와 작동 원리를 설명했고, GV90 네오룬과 GV90 실차 등 3대도 함께 전시됐다.
안세진 상무는 “장인이 오랜 시간 집중해 달항아리를 빚듯 GV90에는 수많은 개발진의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며 “GV90는 기술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GV90 테크 필름 시리즈 2편 ‘환대’와 3편 ‘본질’도 처음 상영됐다. 지난 8월 공개된 1편 ‘완벽함이 빚어지는 곳’에 이은 작품이다. 2편은 네오룬 아치 게이트의 개방감과 실내 디테일을, 3편은 플랫폼과 주행 감각, 안전 기술을 담았다. 영상은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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