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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반도체가 무너졌다면, 삼성전자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반등할 시간이다.”
올해 2분기 실적이 반토막 난 삼성전자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하반기로 쏠리고 있다. '효자'로 불리던 반도체 사업이 충격을 안겼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회복의 단서가 명확히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유사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5.9% 감소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 분기에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재고평가 충당금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다. 반도체 재고의 가치 하락을 미리 털어낸 보수적 회계 처리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하반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반도체 '폭풍 정리' 후, 기술 경쟁력 기반 재정비
삼성전자가 2분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 충당금을 반영한 것은 전략적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그 대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기 버전 제품으로, 이미 AMD에 공급 중인 HBM3E 12단 개선품을 앞세워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경쟁사와 달리 자체 설계-생산-검증까지 아우르는 HBM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AI 반도체 공급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HBM4(6세대)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12단 적층 기술에서 한발 앞선 기술 우위를 선점한 점은 AI 반도체의 '기술 차별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낸드 부진에도 '하반기 반등' 이유 있다
비메모리 부문인 파운드리는 첨단 AI칩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제재 리스크를 선반영한 충당금 처리를 마쳤고, 올 연말부터 2나노 양산 준비가 본격화되면 수익성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 수요가 많은 28나노 이하 레거시 공정도 강화하면서 ‘초미세 공정과 범용 칩 동시 강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낸드 역시 하반기에는 점진적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인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중심의 제품군 재편을 통해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 경쟁사와의 비교? “하이닉스에 앞서갈 시간 남아 있다”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실적 면에서 앞섰지만, 삼성은 단순 실적이 아닌 ‘기술-공정-고객망’ 전반에서 반격의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면, 삼성전자도 HBM 공급 1군 진입이 가능해진다. 그 자체로 메모리 사업 전체의 수익성을 견인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은 충당금이 반영된 바닥 수준이며, 하반기부터는 HBM과 D램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시작될 것”이라며 “파운드리도 신규 고객 확보와 비용 효율화로 적자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소비전자·디스플레이도 '성수기 진입'
하반기에는 반도체 외 사업 부문도 호재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실적 방어선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제품 발표와 AI PC 신모델 투입을 통해 디바이스와 생태계를 연동한 매출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AI 기반 원 UI8, 보안 솔루션 강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도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 '위기 이후 기회'…삼성전자, 3분기부터 달라진다
시장은 냉정하다. 숫자가 떨어지면 비판하고, 회복 기미가 보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주가에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라기보다, 전략적 정리와 반등을 위한 기점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부문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반기 반등의 실마리가 그 안에 담길 수 있다. “삼성은 이제 바닥을 찍었다.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말이, 곧 수치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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