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치료 없는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 T세포 비의존적 기전 주목
▲에스씨바이오 로고/사진=에스씨바이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바이오 신약개발회사 SCBIO(에스씨바이오)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해 고가 항암제를 전액 무상으로 공급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치료비가 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신약 ‘페팍스티(Pepaxti)’를 무상 제공함으로써, 기존 치료 옵션이 사실상 없는 '삼중 불응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SCBIO는 7일, 다발골수종 치료제 페팍스티에 대한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공식 시행한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된 환자 20명을 우선 대상으로 시행하며, 향후 전문의 및 학회와 협의해 점진적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페팍스티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항암 신약으로,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삼중 불응성(triple-class refractory)’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전용 약물이다. 특히 T세포 기능에 의존하지 않는 기전을 갖고 있어 CAR-T, 이중항체 등 면역세포 기반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세계 최초 PDC 치료제… 월 1회 정맥주사
페팍스티는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Peptide-Drug Conjugate(PDC) 항암제로, 멜팔란 유도체를 펩타이드 운반체에 결합해 종양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정상 세포보다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과발현된 효소에 의해 활성화되므로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 효과는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 약은 스웨덴 바이오기업 온코펩타이즈(Oncopeptides)가 개발했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덱사메타손과 병용해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며, 월 1회 30분 정맥주사로 투약이 완료돼 환자의 병원 방문 부담도 최소화된다.
◇치료비 1,800만원… SCBIO “전액 지원”
SCBIO에 따르면 페팍스티의 한 달 약가(40mg 기준)는 수천만원 수준으로, 보험 미적용 시 환자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고가 약제다. 이에 따라 이번 환자 지원 프로그램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치료제는 면역세포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발골수종 환자 중 가장 취약한 환자군에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치료 현실은 “암울”
다발골수종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최근 국내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30년 사이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022년 한 해에만 신규 환자 1,878명이 발생했다.
치료가 반복될수록 내성과 재발이 심화되며, 3차 치료 이후에는 사실상 표준 치료가 부재한 상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요법은 포말리도마이드 기반(Pomd, PomCyd)이나 다라투무맙 이후 급여되는 Selinexor가 유일한 상황이다.
특히 삼중 불응성 환자의 경우, 생존률은 크게 낮아진다. 유럽 LocoMMotion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평균 4.6개월, 전체 생존기간은 13.8개월에 불과했다. 사용된 치료 조합도 91가지에 달해 사실상 표준 치료가 없는 환자군으로 평가됐다.
◇시장 성장 속도는 가속… 형평성 과제는 여전
글로벌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은 2024년 329억6,000만 달러에서 2033년 610억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 치료제의 등장과 개인 맞춤형 항암요법의 발전이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약제가 개발될수록, 고비용 구조에 따른 접근성 불균형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번 SCBIO의 무상 공급은 환자의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고, 최신 치료 접근을 보장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약이 있어도 치료 못 받는 현실, 바뀌어야”
SCBIO 관계자는 “삼중 불응성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옵션이 없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첫 단계로 무상 공급을 결정하게 됐다”며 “치료 형평성과 접근성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SCBIO의 시도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서,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윤리적 해법을 제시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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