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 외교 성과가 실적으로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5조6000억원 규모의 천무 유도미사일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K-방산의 유럽 시장 확장에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와 기업의 선제적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며 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0일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미사일(CGR-080)을 공급하는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5조6000억원으로, 앞선 1·2차 계약에 이은 추가 대형 수주다. 이번 계약을 통해 천무 체계는 폴란드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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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열린 '천무 3차 실행계약 체결식‘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왼쪽 네번째)이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 (왼쪽 다섯번째부터)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 이용철 방사청장, 피오트르 보이첵 WB그룹 회장,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0월 폴란드 방산기업 WB일렉트로닉스와 공동 출자해 합작법인 ‘한화-WB 어드밴스드 시스템’을 설립했다. 향후 폴란드 현지에 조성될 전용 생산공장에서 CGR-080 유도미사일을 생산해 폴란드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외교 지원도 이번 성과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에 파견해 방산 협력 의지를 직접 전달했다. 강 실장은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만나 현지 생산을 포함한 계약이 연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했고, 이는 이번 3차 실행계약으로 이어졌다.
이어 지난 11월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훈식 실장을 방산특사로 중동에 파견해 150억달러 이상 규모의 방산 수출 기반을 다졌다. 방산을 외교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이른바 ‘세일즈 외교’가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과 피오트르 보이첵 WB그룹 회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 양국 주요 인사들도 대거 자리해 이번 계약의 상징성을 더했다.
강 실장은 축사를 통해 “천무 3차 계약은 한국에서 무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양국이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공동 생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며 “정치·경제·안보 전반에서 쌓아온 신뢰가 방위산업 협력의 더 높은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와 천무 발사대 및 유도미사일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같은 해 1차 실행계약, 2024년 2차 실행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번 3차 계약으로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 유럽 방산 파트너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이번 수주는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산 산업 보호를 위해 유럽산 무기 우선 구매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기술 협력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유럽 방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는 해법이 됐다는 분석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외교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K-방산이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글로벌 방위산업 생태계에서도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폴란드 수주를 계기로 K-방산은 단발성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산업 협력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외교력과 기업 기술력이 결합한 K-방산 모델이 유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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