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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노익5/사진=현대차기아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3년 만에 순위 하락을 겪으며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판매량 감소 속 하이브리드차 성장세로 위기를 방어하고 있지만, 본질적 전동화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24년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7.6%를 기록하며 테슬라(42.5%), GM(13.3%)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21년 이후 유지하던 2위 자리를 3년 만에 내준 셈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4만4,555대로, 전년 대비 28.0%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은 5.2% 성장해, 현대차만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 핵심 모델의 경쟁력 약화
현대차그룹의 부진 배경으로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 기반 아이오닉, EV 시리즈의 ‘상품성 피로도’가 지적된다. 초기 시장 진입 효과는 줄어들고, 후발 주자인 GM은 쉐보레 이쿼녹스 등 가성비 높은 모델로 급격한 판매 증가(103.8%)를 이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초기 참신했던 전기차 모델이 시장에서 신선함을 잃었고, GM 등 경쟁사는 현대차를 참고해 더 나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센티브 구조의 한계
과거 현대차·기아는 리스, 렌터카 등을 중심으로 플릿 판매를 확대하며 점유율을 확보했으나, 최근 개인 판매 위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 인센티브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실수요층의 이탈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전기차 리더’로서 전략 실종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전기차 리더’를 자처하며 대대적인 E-GMP 투자와 글로벌 홍보를 진행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실제 판매 성과는 후퇴하고 있으며, 신차 출시 지연, 가격 정책의 혼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미흡 등 총체적 전략 공백이 감지되고 있다.
GM은 북미 내 생산을 확대하며 인센티브 수혜 모델을 강화했고, 테슬라는 가격 인하와 충전 인프라 확대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반면 현대차는 IRA 인센티브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실질적 구매 메리트가 부족했다.
특히 GM은 북미 생산 기반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친환경차 대중화’ 전략의 본격화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북미 현지 생산의 지연과 IRA 대응 미흡으로 발이 묶인 상태다.
◇ HEV로 버티지만, EV 전략 수정 불가피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HEV) 부문에서 상반기 45.3% 증가한 13만6,180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하지만 친환경차 전체 판매 증가는 본질적 위기를 감출 뿐, 전기차 전략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경쟁사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시장 수요가 HEV로 이동하는 국면일 수 있지만, 이는 전기차 시장 리더십 포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 ‘2위’ 탈환 위한 전략 리셋 시급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2위 시대’는 마감됐다. 전기차 성과 하락은 단기적 수치 하락이 아닌, 미래차 전략 전반의 점검이 필요한 신호다. 가격정책, 현지 생산, IRA 대응, 신모델 출시 타이밍 등에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초기 효과’에 머무를 것인지는 향후 1~2년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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