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뇌관 ‘원료 계약’…시가 반영 두고 한화·DL 정면충돌(2부)

산업·기업 / 이덕형 기자 / 2025-08-12 08:52:15
▲여천산단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여천NCC 경영위기 뒤에는 단순 자금 부족을 넘어, 25년간 유지된 원료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 갈등이 자리한다. 시가 반영 여부를 놓고 한화와 DL이 첨예하게 맞서며, 경영 정상화보다 ‘공급 조건’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여천NCC가 DL케미칼에 에틸렌과 C4RF1 등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다고 보고, 약 1,000억원의 법인세 추징을 결정했다. 한화는 이를 “DL이 부당 이익을 취한 결과”라고 규정하며, 향후 거래는 반드시 시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화 “법 위반 위험 불가”
 

한화 측은 “저가 공급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및 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국세청 추징이 ‘불법 거래 구조’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가 반영 계약 체결 없이는 원료 공급 재개도 어렵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경영 정상화보다 법적 리스크 차단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DL은 최소 변동비 보장 방식이 여천NCC 운영에 더 합리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DL은 “한화가 제시하는 시가 계약은 여천NCC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며,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DL 측은 “한화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고집한다”며 협상 결렬 책임을 한화에 돌렸다.

여천NCC는 설립 이후 원료 가격을 시황과 무관하게 변동비 중심으로 책정해 왔다. 이는 장기 거래 안정성과 원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대신,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손실이 대주주 간 비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세무조사와 업황 악화는 그간 묻혀 있던 구조적 불균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공급 조건’이 경영권 변수로
 

원료 계약은 단순한 거래 조건이 아니라 경영권 영향력과 직결된다. 공급 가격이 시가로 조정되면 DL의 원료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반대로 변동비 체제가 유지되면 한화가 불리해진다. 양측 모두 경영권 내 영향력과 이익 구조를 지키기 위해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료 계약 문제는 단기 유동성 위기보다 더 장기적인 리스크”라고 입을 모은다.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 증자 효과도 반감되고, 여천NCC의 구조개혁 계획은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시가 반영이든 변동비 체제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점을 못 찾으면 합작사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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