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 여천NCC, DL 2천억 긴급 수혈…한화·DL 갈등 ‘폭발’(1부)

산업·기업 / 이덕형 기자 / 2025-08-12 08:45:43
▲여천산단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DL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길 전망이다. 그러나 공동 대주주인 DL과 한화가 원료 가격과 경영 책임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맞서면서 주주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여천NCC에 DL케미칼이 2,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1일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증자안을 통과시켰고, 지주사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여천NCC 지원을 위한 자금 마련 성격이지만, 아직 최종 지원 규모와 방식은 한화그룹과의 협의가 남아 있다.

25년 합작사, 구조적 한계 드러나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이지만, 2020년대 들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최근에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됐다. 3,100억원의 자금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3월 양측이 각각 1,000억원씩 증자했음에도 불과 석 달 만에 추가 지원 요청이 발생했다. DL은 “당시 여천NCC로부터 연말까지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불과 3개월 만에 상세 설명 없이 또다시 1,000억원 이상 증자나 대여를 요청하는 것은 경영 부실 은폐 또는 거짓 보고”라고 비판했다.


DL은 원인 분석 없이 반복되는 증자는 여천NCC 경쟁력을 해치는 ‘묻지마 지원’이라며 모럴 해저드와 배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면 한화는 “DL은 25년간 여천NCC에서 2조2,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자초했다”며 “이번 위기는 DL이 원료공급 계약을 지연시킨 데 따른 것”이라고 맞받았다.


원료 계약이 갈등의 뇌관
 

양측 갈등의 핵심은 에틸렌 등 원료 가격 산정 방식이다. 한화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 측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원료를 공급받아 약 1,000억원의 법인세가 추징됐다며, 시가 반영 계약을 주장한다. 반면 DL은 최소 변동비 보장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맞서며, 한화가 제시한 조건은 여천NCC 손실을 전제로 한 ‘한화 유리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번 증자 결정으로 여천NCC는 단기 유동성 위기를 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원료 계약, 경영 투명성, 사업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어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사 구조에서 대주주 간 신뢰가 깨지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마비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향후 국내 합작기업 지배구조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