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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사진=자료/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 정책과 이에 맞선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현실화되면서, 현대차는 공급망 재편을 통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의 5월 수출량은 단 14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월(1,303대) 대비 98.9%, 전월(2,386대)과 비교해도 99.4% 급감한 수치다. 월간 수출 기준으로는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대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HMMA에서 생산한 차량 중 총 2만2,600대를 해외로 수출하며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핵심 원인은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공급망 조정이다.
◇“수출보다 내수 판매가 유리”…관세 회피 전략 전환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HMMA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출하는 대신 현지 판매에 집중하고,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발효 직전 비관세 재고를 비축해뒀지만, 이 재고도 이달 중으로 바닥날 것”이라며 “수출보다 현지에서 판매하거나 비축해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실제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러한 전략 조정을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향 투싼을 앨라배마공장으로 전환하고, 기존에 HMMA에서 생산해 캐나다로 수출하던 물량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멕시코 공장에서 출고되는 투싼 물량은 올해 2월 2,109대에서 3월 522대로 급감했고, 이후에는 출고가 완전히 중단됐다.
◇캐나다 보복관세에 가격 경쟁력 상실…현대차 ‘무대책’
현대차의 미국발 수출이 급감한 또 다른 이유는 캐나다의 보복관세다. 캐나다는 지난 4월, 미국이 외국산 차량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응해 미국산 차량에도 25%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현대차의 HMMA 수출 물량 중 상당수를 차지하던 주력 시장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캐나다 내 생산거점이 없어 대응력이 떨어진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내 생산 차량은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 가능하다”고 했지만, 현대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가 미국산 차량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현대차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며 “수출 전략 전체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수출 부진이 아니라, 현대차의 북미 공급망 전략 전반에 대한 구조적 조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관세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대응한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 수정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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