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노조, 황주호 사장 검찰 고발, 중처법 1호 기관장
한수원 "직장내 괴롭힘 사실무근" 선 그어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직원 자살사건으로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가해 혐의 직원이 여전히 재직 중이어서 2차, 3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갑질 논란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상호존중의 조직문화로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며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황주호 사장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최근 직원 자살 사건의 정확한 실체 규명을 하기 위해 이어가기 삭발투쟁을 선포한데 이어 과도한 업무량이 자살 원인이라고 단정하며 고발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25일 시민단체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직 공공기관장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으로 고발된 건 황 사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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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과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자유대한호국단, 황재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등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황 사장을 고발했다.
강창호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 단장은 "황 사장의 지시로 강행되는 엔지니어 조직 개편이 문제다. 개편을 제대로 하려면 2배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거보다 업무 부담이 늘고 일 자체가 힘들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망 사건의 핵심은 고인이 남긴 유서 석 장이라며 "유서에 사업주가 강행한 조직 개편 또는 인원 부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면, 사망은 사업주의 책임이고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한수원의 주 52시간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을 지적하는 다수의 글이 게시된 바 있다.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간부 직원에 대한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울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3시께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사택에서 20대 직원 A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출근하지 않자 동료들이 사택 관리자와 함께 사택에 들어갔고, 숨져 있는 A씨와 함께 현장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사건의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 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서의 내용과 직원들이 제기한 괴롭힘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장 동료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자살 사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부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숨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평소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 내 일부 간부들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망직원 유족들은 이번 일과 관련해 언론 등을 접촉하며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수원의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에 “(고인이) 규제기관의 갑질과 간부들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공황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수원 한울원전 관계자는 “블라인드 내부 글은 사실과 다르다. 거론된 간부들 면담 결과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해당 간부들이 심리불안정 상태에 있는 등 2차피해가 심각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2차 가해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공정하며 합리적인 업무수행을 추구하고 노사·협력사 공동 서약식, 갑질근절 캠페인, 갑질 근절 이러닝 영상 제작·배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갑질 없는 공정하고 상호존중하는 업무환경 조성을 추진했다고 밝혀 왔지만 이번 사안으로 소극적인 대처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갑질, 스토킹 관련 사건이 벌어지면 대부분 피해자는 2차, 3차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 역시 재직 중이어서 신속한 사실규명과 뚜렷한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의 발전회사인 한수원이 직장인들 사이에 오르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한울본부 1발전소장 A(50대)씨가 청원경찰인 여직원 B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갑질을 하다가 신고를 당해 감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발전소장이 아니라 발전소에 일을 하러 들어가려던 딸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확인됐는데 A씨는 당시 발전소 내부로 휴대전화를 반입하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B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갑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보안시설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및 방재 대책법'에 따라 물리적 방호(보안 규정)로 출입통제 등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한수원은 보안 규정에 따라 사전 출입 승인과 휴대전화 반입 불가, 카메라 테이핑 등으로 통제하고 있는데 발전소장의 자녀는 휴대폰을 소지한 채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고위 간부인 A씨는 자녀를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 보안 규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청원경찰에게 갑질을 한 셈이다.
한수원은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으며, 예방을 위한 임직원 교육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가시화된 진전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내부 폭로가 이어지면서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기관장으로서는 최초로 '중처법'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스토킹,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바꾸려면 기업들의 윤리의식이 조직 문화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 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조직 문화 정립에 기업 경영진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황주호 사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원전 전문가로 손꼽히며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체코 원전 수주의 1등 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갑질과 부당노동해위 논란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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