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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차 브랜드/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중국 완성차 브랜드 체리차(Chery)가 이달 수출 5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로는 사상 처음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중국 진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자, 국내 내수와 수출 전략에 안주해온 전통 완성차 기업들에게는 강력한 경고다.
체리차는 2003년 첫 수출 이후 22년 만에 누적 수출 500만대를 기록하게 된다. 현대차가 1976년 수출을 시작해 22년 만인 1998년에 500만대를 달성한 것과 같은 속도이며, 기아(30년 소요)보다 훨씬 빠르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록은 유럽연합(EU)의 고율 상계관세(최대 45.3%), 미국의 반중 무역장벽, 그리고 중국차에 대한 품질 불신이라는 삼중 악재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체리차는 올해 1~5월에만 44만3,940대를 수출하며 중국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연간 260만 대 판매, 매출 91조 원을 기록했다.
◇ 체리의 질주, 왜 의미 있나?
체리차는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으로, 엑시드(Exeed), 오모다(Omoda), 제투어(Jetour) 등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까지 풀라인업을 갖춘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통합 역량까지 내재화하며, 기술력 면에서도 “카피캣 시대”를 넘어서는 전환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출 대수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한 1조 원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은 체리차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 기업들과의 공급망 연계를 통해 기술 신뢰도를 확보하고, 중국산 부품·배터리만을 쓰는 ‘디커플링 우려’를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 한국차, ‘느림의 위기’ 현실로 다가와
체리차의 부상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수익성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 북미 중심 내연기관 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과 중저가 전기차 시장 대응 전략이 다소 보수적으로 전개되는 사이, 중국 브랜드들은 속도와 파격으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실제 체리차뿐 아니라 BYD, 지리,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들은 전기차를 필두로 동남아, 중동, 남미,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중국차는 싸고 조악하다”는 기존 인식은 급속히 무너지는 중이다.
내수 중심 전략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국내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과 노조 리스크, 전기차 수출 모델 부재, 배터리 내재화 역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기술은 여전히 외부 협력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전략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관세에도 뚫고 나가는 중국차…“글로벌 공습, 현실화”
미국과 유럽의 고율 관세 장벽도 중국 완성차 기업의 확장을 막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상계관세를 적용 중이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체리차, BYD 등은 유럽 및 남미에 조립공장을 세우거나 KD 방식(부품 수출 후 현지 조립)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성비+기술력+로컬화’가 글로벌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내연기관 중심의 공급망과 브랜드 자산만으로는 10년 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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