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호석유화학,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한 '조카의 난'에 지속가능한 발전 훼손 우려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4-03-17 08:08:40
2021년 2022년에 이어 집안싸움의 잔혹사가 어김없이 펼쳐져
올해는 행동주의펀드 표방한 차파트너스까지 가세해 점입가경
조카와의 악연을 끊고 지속발전하는 기업 일구는 데 전념하길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올해에도 경영권을 두고 주총에서 작은 아버지인 박찬구 회장 측과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 측이 부딪히는 집안싸움의 잔혹사가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다. 2021년, 2022년에 이어 3번째 반복되는 정면 대결이다. 

 

이때마다 금호석유화학은 실적이나 그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보다는 숙부와 조카의 대결로 세상사람들의 귀에 오르내린다. 올해에는 조카의 반란에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차파트너스운용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호남 광주를 배경으로 한때 5대 그룹 수준으로 번창했던 금호그룹의 마지막 남은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금호석유화학을 이끌고 있는 박찬구 회장은 1948년생으로 박인천 창업주의 4번째 아들로서 산산이 흩어져 흔적마저 가물가물할 뻔했던 금호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탄생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그는 금호석유화학을 계열 분리해 독립경영의 길을 걸으며 금호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금호가의 큰 인물 내지는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둘째형인 고 박정구씨의 아들로 금호석유화학의 11% 남짓한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상속 받아 현재에 이른 개인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몸담았으나 박삼구 회장 측이 회사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떠밀려나 소속이 없는 상태에 이르자 박찬구 회장이 거두어 금호석유에서 임원으로 일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아름다운 인연은 2021년 이후에는 악연으로 변모해 매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분쟁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아울러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아킬레스건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운용(차파트너스)과 손잡고 다양한 요구를 하며 판을 키운 모양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분 18.4%에 해당하는 기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가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제안에 대해 찬성하고 나서면서 금호석유화학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27% 보유)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이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더 이상의 경영권 분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고 싶다. 특히 올해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상당 부분에 대해 소각을 하고 향후 2026년까지 50%에 대해 소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주주에게 미치는 중장기적인 영향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자사주 전량 소각을 주장하는 차파트너스 측은 주주이익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통해 경영권 도전의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를 향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소액 주주의 가치 제고를 빙자한 박 전 상무 개인을 변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박 전 상무가 지난해 11월 제기한 자기주식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법원 각하 판결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바, 차파트너스가 이러한 것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특정 개인을 대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물론 박철완 전 상무나 차파트너스의 견제가 일시적으로 주주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친화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회사의 부실한 준법경영의식을 부각한다든지 해서 견제 및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어려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도 잘 버텨왔고 잘나가고 있는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업의 미래가치를 흔들 수도 있는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그렇게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율이 적어 매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고는 있지만 금호석유화학을 반석 위에 올린 주인공은 당연 박찬구 회장이라는 데 업계에서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전 노장의 화학인으로서 수많은 풍파를 견뎌온 그가 조카와의 악연을 끊고 지속 발전하는 기업을 일구는 데 전념하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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