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퀄컴 4자 동맹이 ARM을 공동 운영하면 어떨까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2-10-02 08:12:1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1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 주목
영국 팹리스 반도체 회사 ARM 인수나 공동경영 도마에 오를 것이란 관측
우리 반도체 산업 획기적으로 성장하고 이재용 부회장 능력 재평가 기회도
▲ 2019년 7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영국을 방문한 이후 영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ARM 인수 관련 뉴스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침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짜여진 우리 반도체 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ARM 인수는 우리 반도체 산업구조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의 전환을 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누적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하는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에너지 수입이 안정화되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차제에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되어 있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정밀하게 들여다볼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4억9천만달러로 작년보다 5.7% 줄어들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오랜만에 일로 IT제품 수요가 둔화되고 구매력이 저하된 데다, D램 가격 하락세와 낸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비해 비메모리 및 파운드리 등 반도체 생태계가 잘 구축된 대만은 반도체 수출감소나 무역적자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이에 대해 대만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과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우리 반도체 산업도 천수답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팹리스(설계)-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위탁생산)-패키징(후공정)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산 전 단계에 걸쳐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약점으로 지적되는 4개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보완한다면 이미 구축돼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기술력과 함께 우리는 반도체 5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미래산업에서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명실공히 세계 최강의 반도체 산업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에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 방한했다. 손 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ARM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ARM은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나머지 25%는 세계 최대 벤처펀드인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손 회장 측에서도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IT 기기의 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어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1000억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반도체 팹리스 분야의 정점에 있는 기업으로 향후 우리 산업계가 팹리스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꼭 잡아야 할 회사로 여겨진다. 마침 우리 반도체 업계는 장기적으로 국익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패키징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IT(정보통신) 산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을 키우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 ARM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후보군에 속한 업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번 손 회장의 방한으로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공식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은 물론 업계의 반대 목소리로 올해 초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이 ARM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다. 단일 기업이 ARM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이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에 삼성전자가 ARM의 지분을 취득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결국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나서고 미국에서는 인텔, 퀄컴이 나서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업계의 인수합병 반대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고 규제 당국의 반대 여지도 회피할 수 있는 방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중국 정부는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을 배제한 칩4 동맹으로의 반도체 산업 편중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매출의 5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는 ARM 차이나를 떼어두고 우선 나머지만을 매각 대상으로 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튼 ARM의 인수합병은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겠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풀어갈 단초를 제공한다면 그의 CEO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