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을 했다면 협의로 시간만 끌 게 아니라
의료 긴급조치라도 해서 신속한 개선 조치가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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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보고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정부가 여야 및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어 2026년 의대정원에 대해 제로베이스로 논의하자고 제안해 관심을 끈다. 의대생 증원으로 시작돼 7개월 가까이 의료대란이 일어난 만큼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공의 이탈 및 의대생 수업 거부로 인한 의료대란 현실화 가능성 및 국민 불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당 및 야당 수뇌부의 고언과 정부 담당부서 및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모임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아직 의료계는 일치된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태여서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의료계는 이미 공고를 내고 수시 모집 단계에 들어간 2025년 의대정원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대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 국민께 사과하고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복지부 장·차관을 파면하라"고 요구하는 상태다.
자칫 어렵게 만들어낸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을 백지화하고 의료계 불패의 신화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의료구태'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배가 엉뚱하게 산으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대통령실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앞서 의료인력 부족을 초래한 원인부터 꼼꼼하게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사를 비롯해 전문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 중심에 실손보험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실손보험금이 우후죽순 확대되면서 의사들의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이게 필수의료 인력 부족 및 의료 붕괴를 초래한 근본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2000년대 들어 의약 분업을 실시하면서 의대 정원 감축으로 인한 적정치 이하의 의사 공급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적은 인력마저 돈이 되는 곳으로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 분야에는 아예 의사 공급의 씨가 말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최근 들어 심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통령실은 이런 근본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의대 증원부터 밀어붙이다 보니 사태의 해결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금 문제를 진즉부터 꼼꼼하게 들여다본 뒤 필요한 부문만 실시토록 조치를 한 연후에 의사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확히 가늠하는 조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제라도 실손보험 문제는 빠르게 손질을 해야 한다. 실손보험 확대가 국민 의료비 지출 증가의 원인이 되고 의료인력 불균형의 시작점이 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제로베이스에서 과감한 실손보험 항목 및 금액 축소에 나서야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실손보험을 두고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의료 인력의 쏠림을 유발하는 게 사실"이라며 "과잉 진료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은 급여 진료를 제한하는 관리 방안을 만드는 등 실손보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의료행위 대가(수가) 인상 및 실손보험 개혁을 하겠다는 구상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너무 안일한 대처라고 판단된다.
실손보험이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전액 또는 상당 부분 보장함에 따라 경증·비응급 환자의 잦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이용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돼 왔는데 정부는 이를 간과해온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보험업계와 의료계 및 정부가 담합을 해서 만들어낸 것이 실손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국민의료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 민영화를 앞당기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고민을 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개업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는 근본도 사실 따지고 보면 실손보험 및 개업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의대 증원에 나선 것이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해 신규 실손보험 상품의 본인 부담을 강화하거나 비급여 보장 범위·수준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거듭 신속한 추진을 권고한다. 2027년까지 질질 끌며 처리를 할 게 아니라 올가을에라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신속한 제로베이스 개혁을 서두르기를 기대한다.
대신 원가보다 적은 대가가 책정돼서 할수록 손해가 나던 수술, 마취 등의 건강보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는 신속한 인상 조치가 실시돼야 할 것이다. 의료개혁특위에 따르면 이런 의료행위가 3000여 개에 달하는 만큼, 만시지탄이지만 연내에 대폭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응급·소아·분만 등 더 큰 노력이 들어가는 6대 분야에 우선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진료·대기 등 24시간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도 신설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기대가 된다. 다만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시간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현 상황은 거의 의료 전시상황인 만큼, 모두가 공감을 했다면 협의로 시간만 끌 게 아니라 의료 긴급조치라도 해서 신속한 개선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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