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T 김영섭 대표 5년 정도 시간을 주고 진퇴를 논해도 늦지 않아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5-07-20 07:59:56
"검은 고양이가 됐든 하얀 고양이가 됐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
KT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유능한 CEO라면
지난 정권의 CEO라도 발탁하고 연임할 수 있게 전폭 지원할 필요
▲지난 3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3기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KT 김영섭 대표가 수장을 맡은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되면서 어느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영섭 대표가 9개월가량의 공백기를 거쳐 지난 2023년 8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KT의 새 CEO로 선임이 됐는데, 3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방수로서 뒤늦게 임기를 시작했지만, KT의 규정상 김 대표의 제1차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총 때까지이고, 연임을 하게 된다면 2029년 3월까지 늘어나게 된다. 

 

KT는 올가을에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차기 CEO가 선임돼야 하는데, 김 대표가 과연 연임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가 연임에 나설 수 있기를 바라고 차기 CEO 자격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김영섭 대표가 만약 한번의 임기로 물러난다면 결국 2년 반 정도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게 된다. KT의 과거 다른 CEO들이 3년 혹은 6년 정도의 임기를 채워 물러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막 KT가 필요한 일들에 대한 기초작업을 완료하고 뭔가 일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후임자가 그 바탕 위에서 KT의 엄청난 발전을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KT는 그동안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CEO가 바뀔 때마다 내부 물갈이를 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도할 때가 많았다. 

 

전임자가 깔아놓은 안전하고 평탄한 길을 가기보다는 나름 혁신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것을 뒤집어엎고 새롭게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급하게 개혁에 시동을 걸다 보니 개문발차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부 조직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성공적으로 혁신을 안착시키는 경우도 드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고스란히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ICT 기업으로서 KT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영섭 대표는 조금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체제를 갈아엎기보다는 상당히 존중하면서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한 것으로 들린다. 다만 방만한 조직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등으로 과감한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보다 슬림하면서 탄탄한 KT로 거듭나게 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이런 점에서 김영섭 대표는 2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나름 KT가 ICT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과거 LG에 있을 때, LG CNS라든지 LG 유플러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나 ICT 기업의 전문가로서 오랜 시간 일해 온 경험이 KT에서도 긍정적으로 묻어난 느낌이 든다. 민간기업에 있다 보니 효율성을 따지는 일이 몸에 배었고, 다양한 일을 벌이기보다는 KT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잘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군더더기없는 굵직한 마인드의 CEO가 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런 방향성은 경쟁사의 위기가 곧 자사의 기회로 연결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지난 5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간 가운데, KT는 1361만780명(23.77%)의 가입자를 확보해 1위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2249만9042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9.29%를 차지하고 있어서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KT로서도 오랜만에 반전의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영섭 KT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KT의 체질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혁신하며 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그룹 안팎에서 신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KT를 단순한 통신 사업자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높은 전문성, 빈틈 없는 네트워크 안정성, 임직원들의 역량이 KT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통신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KT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에 역점을 두며 주도적 통신 사업자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은 KT가 AI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바탕이 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 KT는 AI 기술을 접목한 고객센터 솔루션을 기업 고객에게 공급하며,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AI 컨택센터 시장 점유율 약 30%를 확보했다.

 

KT 클라우드 사업 역시 지난해 대비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공공·금융 분야 대형 수주 물감을 잇달아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가 주가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연쇄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정책으로 연결되며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섭 대표는 “KT가 추구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중심에는 AI와 보안이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KT가 AI를 강조하지만 결코 보안이라는 통신 사업자의 필수요건에 대해서도 소홀히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김영섭 대표는 지역적으로 TK 출신이고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발탁된 CEO라는 점이 지금의 민주당 정부에서는 태생적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검은 고양이가 됐든 하얀 고양이가 됐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듯이, 지금은 KT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유능한 CEO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지난 정권의 CEO를 흔들어대며 발전을 가로막는 그런 관행이 이재명 정부의 KT에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번 연임을 해도 김 대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시간은 주고 진퇴를 논하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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