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어라운드 소식에 주가도 시간차를 두고 호응
향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과 성장성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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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현대건설(대표 이한우)과 LG디스플레이(대표 정철동)가 턴 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건설업과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선도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때 난조를 보여 많은 실망감을 안긴 기업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턴 어라운드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소문이 빠르게 반영되는 곳이 주식시장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최근 4개월 사이 주가가 2만4100원에서 4만500원으로 수직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영업적자가 1조8000억원 가까이 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이게 주가가 곤두박질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엔 2000억원 가까운 영업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활력을 되찾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지난해 여름 선제적으로 52주 신고가를 찍은 후 현재는 미국 뉴욕증시의 영향을 받아 다소 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가 실적에서나 사업 방향성에서 턴 어라운드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두 회사의 턴 어라운드는 주력 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가능성을 보이는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성공한 케이스로 여겨진다. 역시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3년간 적자 상태에서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과 2023년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작년에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로 최근 3년 토탈 5조원의 영업적자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취임한 정철동 대표의 사업 방향 재설정과 원가절감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이 회사에 극적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물량공세를 벌여 시장이 혼탁해진 LCD 분야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잘하고 있는 분야인 OLED에 주력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는 애플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용 OLED의 공급이 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고객 신뢰와 당사의 기술과 생산역량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역시 신제품 효과로 전년 대비 공급 물량이 늘어나 연간 실적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원가 혁신 및 운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 유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국 TCL의 자회사인 CSOT(차이나스타)에 매각한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의 매각대금(2.2조원)을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OLED 사업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잘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로 혁신을 감행하고 수요가 정체돼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원가절감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역시 주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천당으로의 턴 어라운드 조짐이 확실하다. 현대건설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건설시장이 부진한 데다 해외 건설사업에서도 예기치 않은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향후 먹거리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활로를 되찾고 있다. 소형 원전은 물론 대형 원전에서도 업계 선두주자들과 활발한 제휴를 하고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십분 발휘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초전도 핵융합 발전 사업에서도 역량을 확보하는 노력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유럽 시장에서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 원전 건설 사업 진출의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대형 원전은 신규 시장인 불가리아에 이어 슬로베니아, 핀란드로 원전 영토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사전업무착수계약(Early Works Agreement, EWA)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힘을 합쳐 유럽에서 다양한 국가의 원전 사업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핀란드는 물론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등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는 상태다.
현대건설은 2022년 美 웨스팅하우스와 대형원전(AP1000)의 글로벌 시장 공동 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은 이후 사업의 속도가 나고 최근에는 관련 분야 경력 인재 확충에도 나선 바 있다.
차세대 원전 부문인 SMR, SFR 등에서도 국내 기업 중에서 선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건설은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로서 원자력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지난 50여 년간 입증해온 독보적인 원전 건설 역량과 성과,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현대건설의 세계 원전 지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2021년에는 미국의 차세대 원전 유력 주자인 홀텍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진출 협력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차세대 원전 개발 및 사업 추진, 원전 해체 사업,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300MW 이하의 소규모 원전이다. 지난 2월에는 현대건설이 홀텍과 손잡고 미국 미시건주에서 오는 2030년까지 소형원전 2기를 개발해 상업운용에 나선다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엔 영국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영국 발포어 비티 및 모트 맥도널드와 각각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6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민관 합작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는 열 중성자를 이용하는 경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물이 아닌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게다가 지난 15일에는 현대건설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핵융합 발전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 및 사업 역량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다고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서울대학교와 ‘초전도 기반 핵융합로 기술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등의 연료를 플라스마 고체, 액체, 기체 외 제4의 물질 상태에서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을 결합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원료가 풍부하고 폭발 위험성이 낮아 안전한 데다 배출가스와 방사능 폐기물 발생량이 적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대건설과 서울대학교는 국내외 초전도 기반 핵융합로와 핵융합용 초전도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이전 △사업 개발 및 참여 △인력지원 및 상호협의체 운영 등에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 소형 원전, 핵융합 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너지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건설업의 한계를 벗어나 첨단 먹거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와 현대건설의 과감한 변신과 혁신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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