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은 상당할 것으로 평가, 기술 경영과 품질 경영을 이어받아
각자 100년 지속가능기업으로 키워가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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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조문한 후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했던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빈소 전광판에 공개된 유족 명단에도 오르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기술 중시 경영'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으며 효성을 글로벌 공급망 기업으로 키워낸 재계의 큰 별이 운명을 달리했다.
매출 규모 30조원에 육박하는 큰 기업집단을 지속가능기업으로 키워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89세)이 지난 29일 별세했다.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이날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가족이 임종을 지킨 가운데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 1982년 효성중공업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35년간 산업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우리나라 섬유산업,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산업의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간재 분야에 주로 진출해 우리 산업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우리나라 1~2세대 기업인 치고는 상당한 엘리트 공학도였다고 할 수 있다. 당초 대학교수를 꿈꾸며 1966년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효성물산에 입사하며 기업인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동양나일론 울산공장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효성그룹 성장의 실질적인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를 설립하면서 화섬사업 기반을 다졌고, 1975년 한영공업(현 효성중공업)을 인수해 중화학공업에도 진출했다. 1982년 효성중공업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35년간 조 명예회장은 경영 혁신과 주력 사업 부문의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하며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명예회장은 평소에 품질과 기술경영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며 품질을 강조했고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는 신념을 지녔다. 귀국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효성은 1997년 자력으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의 상업화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고성능 탄소섬유를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 이르기까지 현지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전 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에 효성은 전 세계 50여개 제조·판매 법인과 30여개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공급망 기업으로 성장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효성은 '형제 독립경영'과 이에 따른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각자 현장 경영을 이끄는 체제를 정착시킨 것이 큰 불협화음이 없이 분리경영을 가능케 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난 2월 23일에는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해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다는 분리경영체제를 발표한 바 있다. 즉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가 맡도록 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7월 1일 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 법인 효성신설지주라는 2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다. 기존 지주사인 (주)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맡고, 신설 지주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대표를 맡게 된다.
존속회사인 ㈜효성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엔에스 등 자회사의 핵심 사업 혁신과 성장잠재력 극대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립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존속회사의 연간 매출 규모는 19조원 수준이다.
신설 지주사인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 기회를 확보해 간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솔루션 분야에서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사업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그룹 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한다.
아울러 국내외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관련 법인을 통해 글로벌 SCM 솔루션 사업도 이끌 방침이다. 조현상 부회장이 독립 경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부문 등을 포함하면 신설지주의 매출 규모는 7조원대, 글로벌 거점 숫자는 9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제들이 맡는 사업 분야가 4차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분야라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아버지가 펼쳤던 기술 경영과 품질 경영을 이어받아 각자의 분야에서 100년 지속가능기업으로 키워가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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