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0가구 철거하고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
15일 0시부로 공사 전면 중단...현재 공정률은 52%...공사비 증액 놓고 계약 해지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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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권 행사' 현수막 붙은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시공단이 공사를 전면 중단하면서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상황에서 조합은 16일 정기총회를 개최해 시공단과의 과거 공사비 증액 계약과 관련한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하며 맞불을 놓았다.
17일 업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강대강'의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미 절반 이상 진행된 대단지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시공단은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상황이다. 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공사장 곳곳에 내걸며 공사장 전체에 대한 전면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시공단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2020년 2월 15일 착공 이후 약 1조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진행해왔고, 공사비와는 별개로 시공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을 조달하고 있다"면서"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합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조합은 16일 둔촌동 동북중·고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2019년 12월 7일에 있었던 임시총회의 공사 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참석 인원 4822명(서면 결의 포함) 가운데 4558명이 찬성표(찬성률 94.5%)를 던졌다고 밝혔다.
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의 갈등 원인인 2020년 6월 5600억원가량의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해 조합원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둔촌주공 전 조합장은 자재 고급화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2019년 12월 조합원 임시총회를 거쳐 이듬해인 2020년 6월 시공단과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새 조합 집행부는 당시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시공단과 이전 조합이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시공단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외상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15일 0시부로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대한 조합의 입장도 강경하다. 16일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의결을 취소한 것과는 별도로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도 제기했다.
조합은 특히 시공단의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초강수의 맞불을 놓은 상태다.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오늘 총회에서 대다수의 조합원이 공사비 증액 계약이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계약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공사비를 증액하더라도 검증을 통해 타당하면 올려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사 중단이 계약 해지로 이어질 경우 조합은 이주비·사업비 대출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합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여받은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2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시공단의 연대보증으로 받은 사업비 대출액(7000억원)은 오는 7월이 만기다.
또 조합은 애초 올해 상반기 내 4786가구를 일반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시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 또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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