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서방 "소형 핵무기 우려" 크렘린 "국가 존립 위험때만"

뉴스 / 김완묵 기자 / 2022-03-23 05:27:08
크렘린궁 "국가 존립이 위험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
NYT, 제한적 파괴력 지닌 전술핵무기 우크라이나서 사용 가능성
바이든 미국 대통령 23일 유럽 방문길...대응책 논의 주목
2019년 러시아 군사훈련 도중 발사되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믿어도 될지는 모르지만 러시아는 국가 존립이 위험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 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서방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국가안보개념'은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진행 상황과 관련 "작전은 철저히 사전에 설정된 계획과 과제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누구도 작전이 이틀 정도 걸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심각한 목표를 가진 심각한 작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이 예상보다 크게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집중적 포위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전황과 관련해서도 "러시아군 활동의 주요 목표는 이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부대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점령이 러시아군 군사작전의 목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특히 두 정상이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협상 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푸틴 대통령이 소형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제한적인 파괴력을 지닌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파괴를 초래하는 전략 핵무기가 주종이던 과거에는 공멸 우려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이것이 사용되는 상황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역사상 첫 핵폭탄보다도 오히려 위력이 약한 전술핵무기를 다수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 프로젝트 소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 핵무기는 약 2000개로 추산된다.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은 100개가량이다.

 

이런 무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파괴력 덕분에 오히려 사용상 제한이 적은 편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경우 그간의 금기를 깨고 핵무기 카드를 뽑아 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독일 핵 전문가 울리히 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작지만 커지고 있다"면서 "전쟁은 러시아에 좋게 흘러가지 않고 있고 서방의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을 맡았던 제임스 클래퍼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기준이 미·소 냉전기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하면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 가능한 실용적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재래식 전쟁에서 핵전쟁으로 전환함으로써 전투에서의 패배에도 전략적 우세를 차지하는 훈련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벨라루스와 러시아 동부 접경지에선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러시아군의 이동식 이스칸데르-M 탄도 미사일이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지난달 27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쓰더라도 군부대나 주민이 없는 외딴곳에 떨어뜨려 서방과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NYT는 설령 러시아가 경고 등의 의미로 전술핵을 사용하더라도 서방이 이에 대응하면서 순식간에 전면 핵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유럽 방문길에 오른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 간의 회담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한 대응책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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