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임금 상승 파티는 사회적으로 볼 때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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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이미지=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국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 하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사회적 가치 밸류업을 훼손하는 일등공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나온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임금은 경쟁 상대국인 일본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자 임금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20%포인트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국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일본 대기업 임금보다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OECD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만8922달러(약 6700만원)로 19위에 랭크됐고 일본은 4만1509달러(5680만원)로 25위 수준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이 일본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1.2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자 평균임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한국이 4만746달러로 일본(4만257달러)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져 2022년 한국은 4만9000달러에 육박하는 반면 일본은 4만2000달러를 밑돌았다. 30년 전인 1992년 노태우 정부 시절만 해도 일본이 4만434달러에 달해 한국(2만6214달러)의 1.5배를 넘었다는 점에서 양국 간에 큰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과거 30년 동안 일본은 거의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정체기를 겪었던 반면 한국은 1.9배 가까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 같은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한국 근로자들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지고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20%포인트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OECD 조사 기준으로 우리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8000만원을 넘는 반면, 일본 대기업 근로자 평균임금은 6000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000만원대 중반에 그치는 반면, 일본 근로자 평균임금은 5000만원대에 달해 한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과 달리 되레 일본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OECD와는 별도로 양국간 근로자 임금에 대해 보다 정확한 통계수치를 통한 비교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OECD의 통계를 비교할 때,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여진다.
굉장히 단순한 비교에 불과하지만,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가 정부는 물론 근로자, 노동조합, 정치 지도자가 나서 임금 정책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향후 기업 규모별 임금 정책을 별도로 도입해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10여 년간 대기업 임금이 과도하게 오른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향후 10년 정도는 대기업 임금은 현재 수준에 맞춰 놓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높여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에서는 일본 근로자들보다 너무 높은 수준의 임금 상승은 지양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우리 근로자가 낮은 만큼 오히려 일본과의 임금 격차를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게다가 OECD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일본은 21.3%, 미국은 17.0% 정도에 그쳤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별, 기업 규모별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생산성을 제고하고 양질의 여성인력이 20대에 높은 취업률을 보이다가 30대에 확 꺾이는 경력단절을 방지해 여성 인력 활용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지난 10년간 대기업 근로자들의 과도한 임금 상승은 인력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 수도권 및 대도시의 인구편중 등이 초래돼 집값 앙등을 야기하고, 물가상승과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아파트값은 일본을 능가해 홍콩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이 역시 대기업 근로자들의 아파트 구매력이 크게 높아진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울러 경쟁 상대국보다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상승은 우리 상품 및 서비스의 비용상승을 유발해 수출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기업 근로자들의 지나친 임금상승은 '선진국의 꿈을 앞당긴다'는 환상을 심어주기는 했어도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과 사회적 가치 밸류업을 갉아먹는 결과를 일으켜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사회적으로도 우리 대기업의 지나친 임금상승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병원을 포함한 대기업 근로자들만의 과도한 임금 상승 파티는 사회적으로 볼 때 이득보다는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헛되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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