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새해벽두 최대 뇌관 태영건설 부도 여부...오너 일가의 진정성 있는 협조가 필요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4-01-07 07:19:06
SBS를 배경으로 한 오너 일가 모럴 해저드 논란 불러오면서
DJ정권 초기 벌어졌던 신동아 그룹의 옷로비 사건이 연상돼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로 번지지 않게 현명한 처리를 기대
▲지난 3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새해 벽두부터 경제계를 덮칠 뇌관의 시계가 째깍거리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아야 되는 사태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바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이야기다. 최근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문제를 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오면서 자칫 사태가 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더욱이 태영건설의 오너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으로 이어지며 국내 최대 공중파 방송 중의 하나인 SBS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힘과 힘의 대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DJ정권 초기에 벌어졌던 신동아그룹의 옷로비 사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옷로비 사건은 1999년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로비를 했다며 폭로한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경제적 사건이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된 바 있다. 

 

당시 이형자씨는 검찰총장의 아내를 비롯해 고위층의 부인들이 고가의 옷을 사면서 자신에게 옷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1998년 탄생한 DJ정권의 도덕성에 크게 흠집을 낸 바 있다. 당시 최순영 회장은 63빌딩을 소유한 신동아그룹에 극동방송, 온누리교회를 배경으로 한 상당히 영향력이 큰 인물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를 배경으로 갓 출범한 정권과 힘과 힘의 대결을 벌이면서 불상사로 이어지고 결국 신동아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SBS를 배경으로 둔 태영건설 워크아웃 문제도 오너 일가가 성의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부도처리를 통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태영건설 채권단과 오너 일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이 현실화할 수 있고 이는 다른 사태를 불러오는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채권단과 마찬가지로 윤세영 창업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약속한 자구노력이 없는 상태에선 워크아웃도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도 적극 강구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말 이복현 금감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 "다양한 경우를 염두하고 있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포함했음을 시사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쟁점은 태영건설의 모회사로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얼마나 성의 있게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지 여부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채권단은 티와이홀딩스 산하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을 전부 출연해 진정성 있게 워크아웃에 임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반면 오너 일가는 현재까지 1549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243억원만 직접 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우회 출연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채권단과 오너 일가 사이에는 1819억원가량의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정부는 태영건설 오너 일가가 좀 더 성의 있는 사재 출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양측의 불협화음이 길어질 경우 워크아웃 무산으로 이어지고 이후 파장은 엄청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행이 확정될 경우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태영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가 450여 개로, 이들 기업이 850개 현장에서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자금의 순환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올해 금융과 건설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만큼, 태영건설이 쓰러질 경우 다른 건설사 및 여기에 얽혀 있는 증권사, 금융기관에도 일파만파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태영건설 오너 일가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로 번지지 않게 현명하게 처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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