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T 구현모 대표, 시작은 미약했지만 미래의 '거인'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2-10-09 06:01:09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고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
B2C는 물론 B2B로 맞춤 전략이 최근 결실로 이어지며 6G 시대도 선도 가능성
밀리의 서재-케이뱅크 등 플랫폼 기업으로서 자율경영체제 보장 잠재력 부각도

 

▲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8월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KT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KT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구현모 대표가 이끄는 KT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컨텐츠는 물론 플랫폼에서도 국가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KT는 기존의 통신은 물론 B2B 분야, 미디어, 금융 영역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새 존재감을 뽐내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낙하산 인사에 의존하며 쇠락해 가는 모습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특히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는 ICT 기업으로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가용한 자원을 구석구석 찾아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KT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해 국가의 먹거리를 창출하며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KT가 그룹 내 미디어 밸류체인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 IPTV를 전면 개편하고 홈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KT는 지난 4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PTV 서비스 ‘올레 tv’를 ‘지니 TV’로 새롭게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KT는 AI 기반의 ‘미디어포털’ 서비스로 기존 IPTV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홈 미디어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것이다.

 

KT는 서비스 리뉴얼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 ‘지니 TV’를 발표해 ‘지니뮤직’, ‘KT스튜디오지니’, ‘미디어지니’에 이어 IPTV 서비스에도 지니 브랜드를 통일성 있게 적용해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한다. 아울러 KT는 지니 TV를 통해 KT그룹 미디어 회사의 시너지도 강화한다.  

 

KT가 구현모 대표(58) 체제로 바뀌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KT의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바 있다.  

 

구 대표는 당시 오랜만에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인사로 CEO에 올랐지만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전임 황창규 회장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데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발탁된 CEO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구현모 대표도 KT의 그저 그런 CEO에 그칠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즉 구 대표 역시 사내외에서 바라는  KT의 획기적인 발전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면서 KT의 하향세라는 큰 흐름을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구 대표체제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KT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구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은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공학과는 경영학과와 공학, 또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연결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인지 구현모 대표는 KT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CEO들과는 좀 달랐다.

 

5G가 막 부각될 당시라서 새 기술에 대한 홍보 경쟁이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법도 했지만 그는 한 발 비켜나 이를 B2B 영역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과거 통신기업으로서 소비자 위주의 B2C 기업에 머무르던 것에서 벗어나 B2B 기업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도 역점을 둔 것이다. 

 

사실 통신기업이라면 당연히 챙겼어야 할 분야였지만 경쟁사는 물론 KT의 수장들도 웬지 소홀히 했던 분야였는데, 이를 전면에 부각시켜 기업별로 사용처를 점검하며 맞춤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전략은 바로 실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KT의 수장으로선 더더욱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구현모 대표는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KT가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소홀히 하는 B2B를 공략하되 맞춤전략으로 나선다면 결국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의 전략은 3년여가 지난 지금은 서서히 결과로서 나타나며 그의 생각이 옳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물론 현대차그룹 등 굴지의 기업들과 차례로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는 밑걸음이 되고 있다. KT가 5G를 넘어 6G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현모 대표는 그룹에서의 경영은 철저히 분권화를 선호한다는 평가가 있다. CEO가 모든 분야를 챙기고 간섭하기보다는 자신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는 별도의 CEO에게 철저하게 독립성을 부여하고 독자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식이다.

 

그 과정도 역시 KT가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각 사업의 CEO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소신을 가지고 경영을 하도록 뒷받침한 게 결국 뒤늦게나마 크게 '사고'를 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KT 관계자들은 구 대표의 자율경영체제가 하나하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KT가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에도 계열사들의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그룹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이런 그의 혜안이 보이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T의 계열사인 밀리의 서재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가운데 케이뱅크도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25~26일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일반 투자자 청약을 받은 뒤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2016년 설립돼 2017년 국내 최초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선보인 독서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해 9월 KT그룹의 음악 콘텐츠 기업 ‘지니뮤직’을 최대 주주로 맞이하면서 KT그룹에 편입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 210억원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는 작년 지니뮤직을 통해 밀리의 서재 지분 38.63%를 약 464억원에 인수했는데 목표 시총을 달성할 경우 인수 당시 대비 약 1.7배 수준의 평가 이익을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는 KT가 지속가능한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어'로 손꼽힌다. 구현모 대표 이전에 투자가 이뤄진 기업이지만 케이뱅크는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며 KT가 지주형 회사로 변화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자회사 IPO로 기업가치를 높여 KT를 지주형 회사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투자가들의 케이뱅크의 예상 IPO 가격은 4조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KT 경영진 목표는 최소 7조원 이상”이라며 “구현모 대표 연임 이후 케이뱅크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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