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가진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쇠락하는 한자에 대한 막연한 존중에서 나온 발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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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재단은 지난 10일 한국방송회관에서 '2023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쓰기 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결선 입선 수상자들/세종학당재단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지난 9일 한글날 577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한글은 세종대왕 25년(서기 1443년)에 완성해 3년 동안의 시험기간을 거쳐 서기 1446년에 반포됐는데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언어라기보다는 세종대왕이 주도해 우리 말을 글로 표현했다는 의미에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우리 주변 언어인 한자나 일본어와는 다르게 음을 기반으로 단어를 만드는 음소문자다. 영어, 불어, 독일어 등과 같은 로마자와 같은 계통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언어의 주류는 역시 음소문자(성음문자, 소리글자, 표음문자)라 할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가 세계를 주도하기 때문에 주류가 되었다기보다는 음소문자가 가진 편리함과 확장성이 결국 세계의 주류 언어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향후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오른다 하더라도 언어에 있어서만은 한자가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한글의 창제가 갖는 의미는 음소문자가 가진 편리함과 확장성과 더해 자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게 된 목적 중에 하나는 우리 말을 우리 글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편리한 언어생활을 하고 우리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게 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구별 짓는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의 자주국가로서의 이상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독자적인 언어를 갖도록 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조선일보 등과 같은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는 형태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우리 글의 자주성을 해치는 것과 함께 쇠락하는 한자를 우리가 추앙하거나 존중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조차 버린 언어를 우리가 앞장서 되살리겠다는 것은 자칫 옛날 사대주의마저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 글자는 자음과 모음이 결합돼 글자를 이루고 이를 단어로 결합해 표현하는 형태다. 따라서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의미를 지닌 한자와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글자를 결합함으로써 하나의 뜻이 완성되기에 간혹 오해를 할까 봐 한자를 병기해 이해를 돕고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단어와 단어가 결합된 상태로 뜻을 이해하기에 굳이 한자 병용을 하지 않아도 뜻을 헷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자를 혼용함으로써 우리 글의 자주성을 잃게 할 우려가 있고 이게 관용으로 굳어지면 우리 글이 가진 확장성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 이전에는 한글과 한자의 혼용이 우리 글의 형태였다. 이 당시를 생각하면 우리 글의 빈약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말이 혼용이지 한자가 주가 되고 한글이 보조 언어가 되는 형태였다. 주요 단어에서 명사는 한자를 쓰고 동사 등 보조 단어에만 한글을 쓰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정도가 약간 과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일본어 표기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우리 글의 확장성은 제약됐다고 할 수 있다.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 전용정책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후 한글 전용시대가 가져온 혜택이 굉장히 컸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우리 언어는 다양한 단어가 탄생하고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언어생활을 이루고 한글이 만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명사를 한자로 표기하는 형태가 지금까지 계속됐다면 어떻게 K팝이 탄생하고 지금과 같은 문화 한류가 탄생할 수 있었겠는가.
한마디로 한자 혼용을 강조하는 경우는 한글이 가진 장점과 우수성을 십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판단한다. 한글은 편리성과 확장성에서 한자와 비교해 훨씬 우수하고 현대언어에 가까운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는 하나의 글이 완성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오해는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이 수천 가지에 이르고 이를 구별해 쓰는 데 어려움이 많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간자체가 탄생을 하고 이를 보급했겠는가. 이는 수천 가지 글을 수백 개 글로 줄여서 편리함을 추구하겠다는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요즘 영어 발음을 우리 글로 바로 표현하거나 앞자만을 따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길게 보면 우리 언어가 풍요로워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명사의 많은 경우가 한자를 차용해서 쓰고 있지만, 오랫동안 한글화함으로써 우리 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어 발음도 한글화해 관행적으로 쓰다 보면 우리 글이 되고, 또한 앞글만 모아 쓰는 경우도 영어의 머릿글 표현이나 4자 성어와 비교하면 같은 형태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보수적으로 우리 글을 생각하는 식자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 글이 가진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펼치는 주장이 많다는 생각에 이런 글을 써보는 것이다.
우리 글은 40여 년 한글 전용시대와 함께 비로소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박수를 쳐줄지언정, 자꾸 훼방을 하는 주장은 삼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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