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00년의 봉인이 풀린 밤, 홍대에 되살아난 조선의 요괴들 ‘조선요괴전’

전시·박람 / 소민영 기자 / 2025-10-29 05:00:50
한국 설화 속 요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감형 체험 전시
조선요괴전 성료 후 조선요괴전2 기획하고 있어 기대감 상승
도서·애니메이션·피규어 등 조선요괴전 IP 확장 예정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600년 전, 서이궁 남쪽의 터에 봉인된 요괴들의 봉인이 풀렸다. 2025년, 그곳은 ‘연남동’이라 불리고, 요괴들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홍대 레조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조선요괴전/사진=소민영 기자

 

희미한 안개와 북소리가 깔린 공간 안에서 관람객들은 미션을 수행하며 8요괴의 봉인을 막아야 한다. ‘공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 ‘조선요괴전’이 그 현장이다.

조선요괴전은 홍대 복합문화공간 ‘레조네’에서 지난 9월 6일부터 시작해 11월 2일까지 진행한다. 전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조선 설화 속 요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실감형 스토리와 함께 구현한 이번 전시는 국내외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를 주관한 ㈜써니엔터테인먼트는 유희정 대표를 중심으로 콘텐츠·문화·전시기획 전반에 걸쳐 젊고 실험적인 감각으로 주목받는 회사다.


“한국 요괴,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죠”

조선요괴전을 기획한 유희정 대표는 2년 전부터 한국의 요괴와 귀신 설화를 수집해왔다. 일본이나 서양에 비해 한국의 요괴 문화가 대중 콘텐츠로 발전하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느껴 한국요괴전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녀는 “일본은 요괴를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로 발전시켰어요. 하지만 우리 요괴는 구미호 말고는 아는 사람이 드물죠. 사실 한국에는 수십 가지의 요괴 설화가 존재합니다. 그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에 알리고 싶었어요.”

그녀는 6개월간의 기획과 제작 과정을 거쳐 조선요괴전을 완성했다. 전시는 단순한 공포 체험이 아니라, 한국의 샤머니즘적 세계관과 정서를 담은 스토리텔링 전시다.

 

▲조선요괴전의 첫 관문으로 대문 앞에서도 으스스함이 느껴진다./사진=소민영 기자


조선요괴전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조선시대에 세종대왕 시절 서이궁을 짓고 난 뒤 밤마다 요괴가 출몰해 백성들이 고통받자 도사와 무당들이 궁 남쪽 영험한 터에 그들을 봉인했다는 설화에서 시작한다. 그 터가 바로 오늘날의 연남동이다.

600년이 흐른 지금, 봉인이 풀리며 요괴들이 다시 깨어난다는 설정 아래 관람객은 ‘요괴를 퇴치하고 봉인하는 주인공’으로 체험에 참여한다. 실제 배우가 등장하고, 어둠 속 조명·음향·냄새 효과가 더해져 ‘진짜 조선의 밤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 조선의 8요괴, 그리고 그들의 사연

 

▲조선요괴전에서 볼 수 있는 요괴들의 일러스트 모습/사진=㈜써니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시의 주인공은 조선 설화 속에서 가져온 8마리 요괴다. 하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를 새롭게 부여해 ‘조선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이 이 전시의 핵심이다.

△두억시니 - 전염병을 옮기던 요괴. 600년 전 ‘두억시니의 난’을 일으킨 장본인 △창귀 -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도사가 요괴로 변한 존재 △수살귀 - 남편을 잃은 슬픔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혼 △구미호 - 인간을 사랑했지만 배신당해 요괴로 돌아온 비극적 존재 △새타니 △신기원요 △지하국대적 △어둑시니는 각각 아이 귀신, 기생의 원귀, 지하국의 거인, 어둠의 수하로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억울함, 한(恨), 사랑, 배신 등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어 ‘무섭지만 안타까운 요괴들’로 표현됐다.

조선요괴전은 홍대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요괴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수원·부산·광주·제주 지역 투어를 준비 중이며, 싱가포르·캐나다·일본 도쿄 등 해외 전시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유 대표는 “조선요괴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도서, 웹툰, 애니메이션, 피규어로 확장될 수 있는 IP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 부분들도 모두 기획 중에 있습니다. 또한 지난 7월에 진행된 ‘2025 한국 요괴 일러스트 공모전’이 성황리에 종료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하고 멋진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을 잇기 위해 공모전도 2회, 3회로 이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전했다.

 

▲조선요괴존의 굿즈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굿즈들과 (맨아래)스티커사진 부스의 모습/사진=소민영 기자

 

체험이 끝나면 관람객은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고 다양한 ‘조선요괴전 굿즈존’에서 아기자기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키링, 엽서, 파우치, 스티커, 티셔츠 등 요괴들의 이미지를 현대적 감성으로 담은 제품들이 인기다.

특히 전시에서는 요괴어를 창작해 관람객이 직접 문자를 조합하며 ‘요괴어 암호’를 완성하는 재미도 더했다.

 

▲조선요괴전 포토존/사진=소민영 기자

 

전시장 한켠에는 카페와 포토존, 스티커사진 부스도 마련돼 있다. 한복과 갓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있어 공포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로 평가받는다.

“조선요괴전은 한국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콘텐츠입니다”

유희정 대표는 “요괴는 단순한 괴물이 아닙니다. 그 속엔 한국인의 정서, 슬픔, 그리고 상상력이 있습니다. 조선요괴전은 그 정서를 되살리는 일이며, 나아가 한국형 콘텐츠의 새로운 길을 여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요괴들이 언제, 어디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과연 어떤 요괴가 어떤 형상으로 다시 깨어날지 벌써 ‘조선요괴전2’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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