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주체인 SH공사, ‘보고도 못 본 척’…‘삼성 봐주기’ 의혹
[소셜밸류= 박성찬] 서울 동작구 흑석동 99의 3번지 일대 4만5229㎡에 달하는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1호’다. SH공사(서울도시주택공사)가 시행을 맡은 이 지역은 특히 ‘준강남’에 속해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그만큼 대형건설사들의 입찰 경쟁이 치열한 반면 잡음도 적지 않다. 그 논란의 중심에 삼성물산이 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클린 수주’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에 입찰의 뜻을 밝혔던 삼성물산의 행보는 전혀 딴판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에 홍보관을 설치 중이다.
![흑석2구역 사업장 내 삼성물산이 조성하고 있는 홍보관. [사진=조합원]](https://www.socialvalue.kr/news/data/20220123/p179590319983212_984.jpg)
문제는 홍보관을 설치하는 시점이다. SH공사는 지난 19일 시공사를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가졌고, 오는 4월19일 입찰을 앞두고 있다.
현행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홍보관 운영은 1차 합동설명회 이후 가능하다. 이는 입찰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홍보관을 우선 운영하면 ‘홍보 과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같은 지침을 무시한 채 홍보관 설치공사를 강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이 SH공사의 홍보지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도 현장설명회(19일) 이전에 홍보관 공사를 진행,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정법이나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은 물론 공공재개발에도 적용된다”며 “따라서 입찰 전 홍보관 운영은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는 SH공사와 삼성물산의 ‘짬짬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7개 시공사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1차 합동설명회 이후 홍보관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SH공사는 ‘2월17일부터 홍보관 운영을 허용한다’고 밝혔고, 삼성물산은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미리 홍보관 자리를 얻어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는 SH공사와 삼성물산간 담합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SH공사가 삼성물산의 홍보관 운영을 눈감아 주는 것은 사실상 ‘삼성 봐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타 건설사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SH공사가 시공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설명회에서 발표한 홍보관 운영 지침을 보면 면적 기준이 130㎡(약 40평)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공사 중인 홍보관 역시 이와 비슷한 규모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또 다른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법을 준수해야 할 공기업과 ‘클린 수주’를 주장하는 삼성물산이 불법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특히 ‘클린 수주 분위기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과 흑석9구역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앞서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에서도 ‘불법 홍보’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허용되지 않은 위치에 홍보물을 설치해 관계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불법 개별홍보 의혹을 받았다. 이는 조합원들에게 홍보문구가 담긴 문자를 발송하거나, 인근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2년 전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통해 ‘클린 수주’를 다짐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며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향후 준법감시위원회는 계열사의 위법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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