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깊은 어둠을 위로해 줄 시집

경제 / 오도현 / 2020-03-11 18:38:41
[이곳에 오면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요] 저자 현진, 지온

책 소개



<이곳에 오면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요>는 현진, 지온 작가의 시집이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소개 글이다.


「가는 체로 감정들을 걸러내면 가장 밑바닥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저는 그런 미세한 감정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너무 미세해서 누르면 지문이 그대로 남아버릴 그런 감정들이요. 사실은 그만 슬프고 싶었습니다. 세계의 끝없는 슬픔에 오늘도 축축한 하루를 보내셨을 누군가와 공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가장 밑바닥에 남은 감정들을 가지고 시를 썼습니다. 사실은 두렵습니다. 감정은 쉽게 전염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썼습니다. 쉽게 전염된다는 건, 그만큼 비슷한 재질의 감정을 느껴보신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간 느꼈을, 또는 느끼지 않았을 감정을 이 시 묶음을 통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진, 지온 작가의 시집 <이곳에 오면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요>는 그들만의 어두운 감정선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킴과 동시에, 가슴속 깊은 어둠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출처: 인디펍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현진, 지온



현진: 가장 가늘고 미세한 감정을 다루려고 합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은 다루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온: 공상과 현실을 모호한 구분에서 작용하는 것들이 영감의 일부분이며 그것들을 연구한 결과가 작품에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즉흥적인 표현이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작품에 드러나는 반복적이고 형태들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패턴 드로잉이 그중 하나이다. 현재 지속적으로 비슷한 소재를 바탕으로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하면서 찾아가고 있다.





목차



1. 옛날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지


체렌코프 9 / 이유 10 / 편지 11 /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13 / 잘못된 건 없어 처음부터 16 / 정 17 / 자각몽 19 / 해가 뜨는 저녁에는 21 / 엘리베이터 22 / 어느 놀이터에나 있던 23 / 먹이사슬 25 / 이요르 26 / H∩E∩L₁∩L₂ 28



2. 우리는 왜 슬플 수밖에 없을까


비선형적시간흐름 35 / 당신도 내가 식상하다고 생각하지요 37 / 난 아직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38 / 바람이 불어 44 / 겨울 숲 48 / 흔적기관 52 / 이상기후는 우리가 살기에 너무 가혹한 조건이라 생각해 53 / 무지(無知) 54 / 너와 나는 함께 우리 우리 우린 56 / 정체 57 / 해가 뜨는 저녁에는 59 / 생존선고 61 / 온점 63 / 2018 현진 아카이브_자기연민은 옳은가? 68



3. 나는 최선을 다해


믿음과 착란 69 / 나에게도 소원을 빌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72 / 조류병원 74 / I am not creative anymore 76 / 통신이 끊긴 우주정거장을 향해 항해하려면 77 / 마술 79 /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사람 앞에서 84 / 당신의 따님에게 우울증이 있습니다 86 / 사회화가 끝난 컴퓨터 88 / 롤라와 롤라 90 / 무언증을 앓는 아이와 수학교사 92 / 심계항진 94 / 무감각의 방법 96 / Siamese Twins 98 / 支離滅裂 101 / 비가역적 공간에 대한 고찰 102 / 마음제거수술 103 /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 105



4. 부록


가장 낯선 타인 109





본문



방사능 임계현상 발암물질


임계사고 체르노빌 흑연


덩어리 아직까지도 가지


못하는 접근금지의 구역 비


싼 옷은 입고 오지 마십시


오 오염될 수 있으니까요


우라늄 핵농축 냉각수 사회


주의 체계 내가 먼저 그러지


말라고 지시했잖아 잘못은


너에게 있어 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제발 그


렇다고 말을 해주세요 안구


돌출 녹아내리는 피부와 끊


어진 염색체 하루하루 최선


을 다해 망가지는 중입니다


가이거 계수기에서 나는 소


리는 탈수 직전의 사람이 물


을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를


닮았어 물을 마시면 해결되는


것이 있겠지만 길게 길게 아


주 길게 우주 끝까지 닿을 수


있다면



- '체렌코프' 중에서 -




나는 나의 죄가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젠가 내가 벌을 받을 것을 알고 있다


음.. 네


나는 사후세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왜 답변은 두 개 밖에 없지?



- '이유' 중에서 -




질식사한 사람의 얼굴에서는 붉은 시반이 나타난다고 했다 자주 방문하는 검색 사이트에 시반을 검색했는데 결과가 없다고 했다 의지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불 속에 얼굴을 담그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자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어깨까지만 이불을 올려 덮고


좋은 보험에 가입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성장에 좋다는 영상을 자주 찾아봤고


영상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차가운 베개에 누워 잠을 자려고 시도하는 것은


영상을 검색하는 것보다 괴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 사실 네 일기 몰래 훔쳐봤어 네가 자리에 없길래 몰래 사진으로 찍어 어두운 곳에서 읽어봤어 어디에도 내 얘기는 없더라 그때 나는 빨간 잉크를 생각했어 쓴 잉크의 맛 새빨갛게 물든 내 혀를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냥 어디에도 내 이름이 없어



-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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