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명문장들을 한 권에 담다.

정치 / 허상범 기자 / 2020-03-21 21:35:00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저자 다자이 오사무

책 소개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은 일본 근대 문학의 천재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명문장들을 담은 책이다.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전 작품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 생각이 머무는 문장들을 일곱 개의 테마로 분류하여 한 권에 모았다. 마지막 챕터에는 동료 문인들이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들을 실었다.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은 다자이 오사무를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랑할 이들을 필독서이다.



출처: 다시서점
출처: 다시서점


저자 소개



저자: 다자이 오사무



1909년 아오모리 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930년 도쿄국제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그 이듬해 첫 창작집 《만년》을 출간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되지만, 자전적 소설 《인간실격》을 발표한 해인 1948년 서른아홉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는 《인간실격》, 《사양》, 《만년》 외에도 《쓰가루》, 《옛날이야기》, 《달려라 메로스》 등이 있다.





목차



사랑 7 / 작가 35 / 문학과 예술 65 / 인간 93 / 인생 145 / 절망과 고뇌 195 / 그래도 희망 235 / 다자이를 추억하다 257


옮긴이의 말





본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당신이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멋쟁이라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문득 좋아지는 것이다.


<옛날이야기>



6년 전 어느 날, 내 가슴에 아스라이 옅은 무지개가 걸렸고, 그것은 연정도 사랑도 아니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무지개는 색이 선명히 짙어져,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그것을 시야에서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소나기 걷힌 맑은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머지않아 덧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사람의 마음에 걸린 무지개는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양>



다시 한번 만나서, 그때, 싫다면 분명히 말해 주십시오. 내 가슴의 불꽃은 당신이 피운 것이니, 당신이 끄고 가 주십시오. 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끌 수가 없습니다.


<사양>



- 9페이지 중에서 -




연필을 입에 문 채 오래오래 생각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쓰고는, 지워 버릴까, 하지만 역시 이대로 지우지 않고 두는 편이 좋겠어, 하고 또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아아, 이제 뭐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문제겠지요. 사랑합니다, 이 말은, 말로 하면 어쩌면 이리도 뻔하고, 아니꼽고, 답답한 것인지. 나는 말을 증오합니다.


<고전풍>



의무의 수행이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해야만 한다. 왜 살아 있는가. 왜 글을 쓰는가. 지금 나는, 그것은 의무 수행을 위해서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글을 쓴는 건 아닌 것 같다. 쾌락 때문에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며칠 전에도 혼자 들길을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사랑이란 것도 결국은 의무 수행이 아닐까.'


<의무>



- 11페이지 중에서 -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친절'이라고 말해 버리면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마음가짐, 마음씨, 마음씀씀이. 그렇게 말해도 여전히 딱 와 닿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을 다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마음을 다한 것'이 독자에게 전해졌을 때, 문학의 영원성, 혹은 문학의 고마움이나 기쁨, 그런 것들이 비로소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배만 실컷 부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난달에도 말한 것 같은데, 요리의 진정한 즐거움은 양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있고 없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요리사가 '마음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즐거움이다. 마음을 다한 요리, 아마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게 있을 테다. 맛이 좋을 것이다. 그걸로 된 것이다.


<여시아문>



오늘은 좀 흥이 나 있는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예술은 그때그때 흥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희미한 목소리>



- 67페이지 중에서 -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어렴풋이 반짝인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끝을 지나,


신비롭고 희미한 불빛 같은 기분.



- '그래도 희망' 중에서 -




성실하게 노력하며 나아갈 뿐이다. 앞으로는 단순하게, 정직하게 행동하자.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자.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하자. 쓸데없이 애매모호한 척만 하지 않으면, 인생은 의외로 평탄한 곳인 것 같다.


큰 바위 위에 작은 집을 짓자.


<정의와 미소>



나는 나에게서 영락을 느끼고 패자를 의식할 때면, 어김없이 베를렌의 울먹이는 얼굴이 떠오르며 마음이 놓인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나약함이 오히려 내게 살아가야겠다는 희망을 준다. 나는 나약한 반성의 궁극에서가 아니라면 진정으로 숭엄한 광명은 나타날 수 없다고 굳게 믿는다.


어쨌든 나는 좀 더 살아 보고 싶다. 다시 말해, 최고의 자부심과 최저의 생활로 어쨌든 살아 보고 싶다.


<복장에 대하여>



- 240페이지 중에서 -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눈물이 날 만큼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니 점점 하늘이 변해 갑니다. 점점 푸르스름해집니다. 그저 한숨만 나오고, 발가숭이가 돼 버리고 싶어졌습니다. 나뭇잎과 풀이 지금처럼 투명하고 아름답게 보인 적도 없습니다. 살짝 풀을 만져 보았습니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핵생>



나는 언제나 혼자 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다.


<벽안탁발>



그렇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믿고 있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시간 안에 다다르지 못 할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도 문제가 안 된다.


나는 뭔지 모를, 더 두렵고 더 커다란 것을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달려라 메로스>



- 241페이지 중에서 -




파란 호수 같은 눈, 푸른 초원에 누워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 이따금 구름이 흘러가며 비친다. 새의 그림자까지 또렷이 비친다.


아름다운 눈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 보고 싶다.


<여학생>



가끔은 몹시 내 마음을 때린 일도 있었던 것 같고, 괴롭고 부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지나가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이라는 순간은 재미있다. '지금'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지금'이 와 있다.


<여학생>



나는 꽃도 잎도 싹도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그런 나뭇가지가 좋아요. 그래도 번듯하게 살아 있잖아요.


마른 나뭇가지와는 달라요.


<사양>



- 242페이지 중에서 -




'당신은 절대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금언입니다. 뒷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갑시다. 당신에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서간>



생활.



기분 좋은 일을 끝내고


한 잔의 차를 홀짝인다


차의 거품 속에


예쁜 내 얼굴이


몇 개나 몇 개나


비치어 있구나



어떻게든, 된다.


<잎>



- 254페이지 중에서 -




살아 있는 자에게는 시를 쓸 권리가 있습니다.


순수하게 살아 계십시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씨 뿌리지 않고,


벼 베지 않고,


곳간에 쌓지 않는다.



들판의 백합은 어떻게


자라는지 생각하라,


스스로 애쓰지 않고,


실을 잣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서간>



- 255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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