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엄마의 계절]은 권남희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권남희 작가가 어머니 이길송과 함께 한 마지막 3여 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작가는 어머니가 대장암을 선고받은 2014년 10월 28일부터 세상을 떠난 2017년 6월 2일까지 간병 일기를 쓰고, 어머니는 "메모지에, 버려진 봉투에" 그림을 그렸다.
시처럼 짧게 적힌 67편의 일기 행간에는 미처 문자로 설명할 수 없는 진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일흔 평생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작가의 어머니의 그림은 서툴고 투박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하다.
권남희 작가의 에세이 [엄마의 계절]은 상실을 겪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권남희(글), 이길송(그림)
목차
간병일기(2014/10/28~2017/6/2)
또다른 이야기(2018/10/11~2008/10/25)
에필로그(2019/8/12)
본문
2014.11.6.
[메모]
식사 시간 규칙적으로 세 끼니
배변 습관도 규칙적으로
소화흡수가 잘 되게 꼭꼭 씹어서 20~30분 소요되게
죽도 씹어서
변비, 설사 예방을 위해서 물을 많이 먹어서
1리터 정도 먹어야 하루에
장 기능의 지장이 없도록 과식을 금하고
밥공기 한 공기 깎아서 먹고
기름기 많은 음식 피하고 고기도 기름기 없는 부분
비계나 닭껍질 피하고
등심 안심 로스는 먹어도 좋아 상처 회복에 좋아
생선 두부 계란 콩 고기 잘 먹어(단백질 공급원)
단백질 반찬을 매 끼니 챙겨먹어야 함
고기 4-5점 두부 1/5 계란 1개 등등
가스발생 음식은 피해야(콩,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불용성 섬유소(깨, 해바라기 씨, 견과류)
완전소화가 안 되어서 불편할 수 있어
음식일기 써야 함
- 11페이지 중에서 -
2014.11.27.
엄마의 가을
어제.
"몸은 늙었지만 저 낙엽을 볿고 싶어라~"
산책을 다녀와서는 파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낙엽을 꺼내어 깔며
육자배기를 흥얼거린다.
바람이 많이 불어 단풍이 너무 예쁘게 떨어지더란다.
오늘.
엄마는 멀리서 병문안을 와준 친구랑 손잡고 산책한다.
"하하하"
"호호호"
엄마, 우리는 계절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걸까?
- 14페이지 중에서 -
2015.5.31.
엄마의 고흐
하나
70노인이 뭘 이렇게 잘 그려.
새삼 놀랍다.
둘
마지막 항암이 끝났다.
엄마는 고향집으로 떠나기 전날 내 목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머리 끝이 내 코 끝에 닿을 만큼 키가 줄은 엄마가
내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고 있었다.
태연하게 다 끝났는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떼어내려고 해도
나를 꼭 안고 있는 통에 한참을 붙잡고 같이 울었다.
또 하나 큰 산을 넘었는데 시원하지 않아.
셋
밀린 피로가 한번에 들이닥치는지
하루종일 쏟아지는 잠과 씨름 중.
'이제 또 산을 넘어야지'라고 말하는 인생아... 살살 좀
- 30페이지 중에서 -
2014.12.7.
그러니까.
어쨌든.
눈물구멍에 주먹을 욱여넣어 참아내고 있다.
그러다
남의 노래의 가사 위에,
자유형 리커버리 사이에,
몰래 빠져나가 마시는 술잔 위에,
지하철 계단 아래,
숨어
터져나오는 그것에 잠시 시간을 허락할 수 밖에.
- 18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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