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코펜하겐]은 온공간연구소의 여행 에세이다.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시리즈는 도시를 공부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여행자의 시선으로 도시를 둘러보고 느낀 단편적 인상에 대한 기록이다. 이번에는 '행복지수 1위 휘게의 나라, 살기 좋은 도시'로 얘기되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다녀왔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20대에서 40대까지 여러모로 다른 7명의 시선이 한꺼번에 담겨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저자의 한마디다.
「도시공간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낯선 도시를 방문했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점을 관심 있게 봐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아본다.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코펜하겐을 준비하며]」

저자 소개
저자: 온공간연구소
온공간연구소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도시 가꾸기에 관심과 이해를 함께하는 젊은 연구자 집단으로, 역사와 시간의 켜를 존중하는 공간계획을 지향합니다.
목차
01 우리가 느낀 코펜하겐: 슬쩍 다녀갑니다
1. 모두를 위한 도시, 좋은 공공건축 / 2. 모두를 위한 도시, 좋은 공공공간 / 3. 도시 자체가 웰빙인 코펜하겐, 보행 그리고 녹색교통 / 4. 오래된 것을 새롭게, 리노베이션 / 5. 변화하는 기회의 땅, 브라운필드 / 6. 'BIG' was big / 7. 금지가 최소화된 도시, 일상공간의 창의적 디자인과 활력 / 8. 그래도 도시계획 / 9. 도시에서 발견한 대니쉬 디자인 / 10. 모든 사람에 대한 존중,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
02 우리의 숙소: 잘 머무르다 갑니다
03 우리의 식사: 잘 먹고 갑니다
04 우리가 다녀간 곳: 일정&지도
05 남은 사진과 이야기: 부록
본문
우리나라에서의 도시계획은, 특히 서울에서의 도시계획은 늘 공공성과 개인의 개발이익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진행된다. 이 두 개념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유달리 2018년 한해는 이런 갈등 속에서 지내온 듯하다. 우리는 시간의 흔적, 도시의 역사, 공공성 같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개념들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주장했고, 그 주장들은 때로는 행정, 때로는 주민들에 의해 부정되기도 하고 논란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 기운을 잃어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코펜하겐은 2017년 가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도시 답사라기보단 가벼운 여행으로 간 거라 사례 지역을 다니지 않았지만 열려있는 주변의 공간과 자유로움, 활기, 존중받는 느낌, 수준 높은 공공건축물 등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건축물들이 지니는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깊던 시기라 이런 도시 분위기를 사무실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무실 사람들은 아마도 대표가 제안하니, '살기 좋은 도시'라 늘 얘기되는 북유럽 도시에 대한 궁금증, '북유럽 디자인'으로 얘기되는 세련된 공간들을 상상하면서 동의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가 슬쩍 볼 도시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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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코펜하겐은 도시 그 자체보다 덴마크, 더 나아가 '북유럽'의 이미지로 연상되는 도시이다. 코펜하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휘게, 복지국가, 살기 좋은 도시, 가구와 조명 디자인,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면 코펜하겐의 다양한 공공건축물에서 그들의 지향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공공건축물은 행정기관으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거나 관리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건축물이다. 폭넓게는 영리 목적이 아닌, 특정 계층이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를 위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코펜하겐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공건축물이 존재한다. 유명 건축가들이 작업한 신축건물, 오래된 건물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한 사례, 그 자체가 역사적 건축물인 경우 등 지어진 방식도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외부공간은 열려있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 건물의 영역인지 인지하지 못할 만큼 가로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내부는 더없이 잘 디자인되고, 세련된 가구와 조명들이 배치된다.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보고 싶었던 여러 가지 가치, 이를테면 공공성, 사람 중심, 활기, 역사에 대한 존중, 새로운 혁신, 대니쉬 디자인,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 '모두를 위한 도시'라면 공공건축물의 방문은 그 생각들을 압축적으로 확인할 기회일 것이다.
- '1. 모두를 위한 도시, 좋은 공공건축' 중에서 -
코펜하겐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지만, 눈에 띄는 외관을 뽐내는 현대 건축물들도 많다. 공공건축물도 마찬가지로 시청사 같은 역사적 건축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한 공연장, 전시장 같은 문화시설도 많다.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도서관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언제 한번 맘먹고 가야 하는 대단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어서 더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코펜하겐과 헬싱외르, 그리고 말뫼에서 모두 인상적인 도서관을 만났다. 먼저 코펜하겐 공립도서관(Copenhagen Main Library)은 이 도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스트뢰에에 인접해 있다. 어떤 글에서는 원래 쇼핑센터였던 건물을 도서관으로 개조한 것이라 했지만 도서관 1층의 카페, Democratic Coffee (커피 맛있음) 직원은 원래부터 도서관이었다고 얘기했다. 사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의 내부 공간구성은 쇼핑센터를 닮아있다. 전혀 도서관답지 않고 쇼핑센터에 들어온 듯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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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여행 후기를 보면 공통으로 맛집은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음식 이야기를 하더라도 맛보다는 가격 이야기다. 덴마크의 대표 음식인 스뫼레 브뢰드(오픈 샌드위치) 맛집들은 먹음직스러워 보였으나 샌드위치도 한두 번이지 이 많은 끼니를 어떻게 다채롭게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왜냐하면 회사 사람들은 은근 식당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었고 메뉴 고민가 역할을 맡은 나는 은근 식당 선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가격도 걱정을 더했다. 맛있어 보여 체크해 두다가도 가격을 보면 흥이 꺾였다. 코펜하겐에서 유학 중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았으나 친구도 그런 이유 때문에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펜하겐을 한번 다녀오셨던 소장님은 이 가격에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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