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구 종말과 인간 말종 회의]는 우정 시인의 시집이다.
고딕(Gothic). '몇 월 며칠'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가장 내밀한 시적 순간을 일기록 형식으로 담았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 가장 내밀하고 치열한 시간을 고딕이라는 장르로 해석한 시집이다. 3년 동안 일기만으로는 지나칠 수 없는 개인의 일상과 일상 속에 침투한 역사적 순간을 봄부터 겨울까지, 1일부터 31일까지, 0시부터 24시까지 60여 편의 시로 남겼다.
시인은 예언서나 묵시록 같은 느낌을 살려 시 전체가 회의록, 일기록 형식을 따랐으며, 독립출판물로 처음 쓴 시집 [서울사람들]의 '0, 1, 01'이라는 시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와 '지구 종말과 인간 말종 회의'로 지었다.
시인은 말한다.
"하수구 아래를 하염없이 보는 검은 길고양이, 한 그루처럼 얽혀 있는 벚나무들, 옥상 위의 휘어진 나무... 일상 속에 있는 고딕(Gothic)입니다. 뾰족한 첨탑의 교회 건축과 괴기로운 것, 어딘지 어둡고 서글픈 내면과 비참한 서정이 특징인 '고딕'이라는 장르를 시로, 시집으로 승화하였습니다."

저자 소개
저자: 우정
시인이자 로망시에(romancier)입니다. 시집 [서울사람들], 소품집 [리얼 로맨티스트], 수필집 [분홍으로 물든 나날]을 썼습니다. 출판사 '서울로망'을 운영 중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딕과 오컬트, 록과 퇴폐미를 추구하며 장르적인 모호함을 꿈꾸고 있습니다. 혼자 놀기의 신이자 반항 정신의 장인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문예동인 [데카당스;DECADENCE];DECADENCE]에 홀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목차
9월 9일 묵시의 기록 11 / 9월 10일 종말의 풍경 13 / 10월 1일 점과 별 14 / 10월 3일 No need proof 15 / 10월 5일 사나운 꿈자리 17 / 10월 10일 1010 19 / 10월 30일 설거지 그네 20 / 11월 14일 서울의 밤 21 / 11월 22일 끼리끼리 22 / 12월 1일 몰지식 리얼리즘 24 / 12월 12일 그림자의 도시 25 / 12월 25일 무덤의 주인 32 / 1월 8일 살아남은 자들의 시(時) 33 / 1월 14일 비슷한 것 35 / 1월 16일 보랏빛 36 / 1월 17일 떨기나무의 기적 38 / 1월 18일 살아남은 자들의 도시 39 / 1월 23일 강풍이 부는 날 40 / 1월 26일 죽인 것 41 / 1월 30일 시계, 사계, 그리고 공통분모로서의 세계 42 / 2월 8일 아들의 충고 46 / 2월 15일 테이블 47 / 2월 16일 빗소리 48 / 2월 19일 백서(白書) 49 / 3월 4일 희망 50 / 3월 6일 갇힘 52 / 3월 7일 버스 안에서 53 / 3월 27일 먼지 속 54 / 4월 4일 절대적 절대 55 / 4월 5일 떡갈고무나무 56 / 4월 11일 시 57 / 4월 12일 서(書) 58 / 4월 13일 성(城) 59 / 4월 14일 첫번째집 순대국 60 / 4월 15일 없으므로 62 / 4월 16일 격렬하게 불타는 곳 63 / 5월 5일 지나가는 길 64 / 5월 8일 심연 65 / 5월 14일 장미의 이름으로 66 / 5월 15일 법 앞에서 67 / 5월 30일 에어컨을 껐다가 껐다가 69 / 6월 6일 현충일 70 / 6월 7일 밤의 바다와 별의 주인 71 / 6월 9일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것 72 / 6월 18일 청춘 74 / 6월 22일 불면과 불멸 75 / 6월 24일 가로수 길 위에서 76 / 6월 25일 세로로 긴 직사각형 78 / 7월 2일 냉장고 파먹기 79 / 7월 15일 개미들 80 / 7월 18일 의인들 81 / 7월 25일 검은 녹초 83 / 7월 30일 오래된 영화 84 / 8월 8일 술과 담배와 나타샤와 행인 85 / 8월 9일 평행 우주를 그리며 86 / 8월 11일 모차르트와 괴테, 그것도 아니면 실비아 플라스 87 / 8월 30일 Way Weapon 89 / 9월 11일 슬픈 것 90 / 9월 25일 아무 말로 지은 시 91 / 9월 30일 점을 통과하는 목차 92
본문
"지지 않는 장미란 없다"
피어나는 장미 꽃잎
차곡차곡 떨구다 보면
뼈대처럼 드러난 꽃대만 남기고
사라져 가는 장미 땅 위에서
땅속으로 흩어져 녹아드는 장미 일반의 생
아니면 활짝 핀 장미
줄기째 자른 장미
유리병에 꽃아 말린 장미
검붉게 멈춰버린 장미
피를 서서히 말린 장미
지지 않는 장미란 없지만
어떤 장미는 영원히 지지 않으리
죽어서도 지지 않으리
- 5월 14일 장미의 이름으로, 66페이지 중에서 -
검은 바다로 끌려 들어가는 신부
계곡을 따라 물의 길을 내는 신부
별 무리가 혜성의 꼬리처럼 불을 밝히고
빛을 따라 쫓아오는 늑대 한 마리
굴속에서 매끈한 고기가 되어
별이 기포로 물결치는 바닷속을 헤엄치자
왕이요 왕 지하의 왕입니다 왕의 행차랍니다
검은 바닷속 별의 주인은 신부랍니다
연분홍 부푼 부표 해파리 조명 삼아
고시래기 머리칼 길게 늘어뜨리고
별빛 녹아 흐르는 눈 빨간 산호초 입술로
서약하는 우리의 신부
검은 바다를 헤엄치는 나의 신부
말갛고 말간 무덤의 신부
- 6월 7일 밤의 바다와 별의 주인, 71페이지 중에서 -
푸릇한 건초에 부슬부슬 검은 비가 내려
올라앉은 첨탑에 짙은 안개 피어오르면
오늘은 검은 녹초 이끼처럼 흐늘거리는
머리카락을 쓰고 우산 아래 걷는다 꿈인 양
꿈 아닌 양 축축한 안개와 미끈거리는
신발을 신고 검은 녹초가 되어
젖은 날개로 날아오르리
- 7월 25일 검은 녹초, 8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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