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빈곤한 여름이 지나고]는 태재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시인 아니면 국어선생님을 꿈꿨던 그는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고민하다 광고를 전공하고 잠시 카피라이터를 업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던 그는 퇴사를 하고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책은 그런 그가 불행의 시간을 멈추고 다행의 날들을 만들어가며 써 내려간 기록을 담았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은 불안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인의 시간에 불행은 없다. 오직 다행만 있을 뿐이다.
글보다 마음을 더 쓰고 싶다는 시인의 글은 누군가를 어설프게 위로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태재 시인의 [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시인의 기록이지만, 그 속에는 원하는 삶과 현실의 삶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 또한 녹아있다.

저자 소개
저자: 태재
시인 아니면 국어선생님을 꿈꾸던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고, 전업으로는 주부를 부업으로는 작가를 희망하며 젊은 시절을 지나고 있다. 가끔 질문을 하고 더 가끔은 대답을 한다.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부터 운문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했다. 작품으로 [애정놀음], [단순변심], [우리 집에서 자요], [위로의 데이터], [우리는 꼭 한번 사랑을 합니다], [스무스]가 있으며, 2017년에 첫 산문집 [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를 출간했다.
목차
작가의 말 4
prologue. 다행의 날들을 만들어가면서 10
1. 사계절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내가 글보다 더 쓰고 싶은 것 19 / 도시락 인생 21 / 나는 그렇게 구별되고 싶다 25 / 넌 할 수 있어 28 / 버티는 재능이 없다는 것 31 / 가족들로부터 배운 것 / 스물여덟이 되고 33 / 단기 아르바이트 1일차 : 백날 얘기해봤자 36 / 단기 아르바이트 2일차 : 사람 마음이라는 게 38 / 단기 아르바이트 3일차 : 내가 유일하게 고를 수 있는 40 / 결혼하고 싶다 42 / 오해의 소지 44 / 같은 또래, 다른 일상 46 / 소중과 중요 50 / 우리, 집에서, 자요 53 / 언제 처음 글을 쓰셨나요? 55 / 감정과 기록이 화폐인 사람에게는 57 / 매일은 아니지만 계속 59 / 배려에 대하여 62 / 기꺼이 그리고 가까이 63 / 안도와 안일 사이 / 요즘의 기도 65 / 그러니까 자주 쉬어가도 돼 67 / 막춤 클럽 69 / 엄마가 왔던 날 71 / 언젠가 어느 한 칸에서는 75 / 언제까지 버티나 77 / 어렵다 어려워 79 / 파도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 / 나 스스로 나를 81 / 낭만에 대하여 83 / 더 솔직하고 싶다 85 / 친절한 사람이 해로울 때가 있다 87 / 위안에 대하여 89 / 책을 꽂는 방식으로 90 / 필요충분조건 92 / 사소한 승리감 94 / 루트 95
2. 그 계절을 따라 변하는 나뭇잎처럼
요즘 다시 99 / 굳은 살 101 / 알아서 잘 하니까 103 / 그 시기를 지나가고 있네 105 / 긴 여행에서 돌아온 영근이 형은 말했다 107 / 위로에 반대하며 108 / 그런 생활을 상상해본다 109 / 친구들과 나에게 111 / 믿는 구석 / 나침반의 중심은 늘 113 / 작지만 각별한 문답 하나로 115 / 그거면 됐다 인마 117 / 후회되지 않아? 119 / 그럴수록 똑바로 살아야 하는데 120 / 제대로 된 자심감일수록 123 / 우려 125 / 불편한 학습 126 / 야간 하이파이브 127 / 참나, 멋져서 선택하다니 130 / 3만 원 133 / 나는 내가 그런 친구여도 135 / 그들은 모른다 137 / 가을 하늘 오늘 139 / 낙엽 떨어진 빗길 141 / 계절의 풍채를 따라 142 / 예쁜 말만 알고 있었을 때 143 / 나는 나를 그렇게 알고 있다 / 관계의 잔인한 부분 145 / 다음 사람에게는 146 / 기억을 정리할 때 147 / 전화번호를 잊어내는 일 148 / 예쁘다는 말 149 / 한 번 죽는 인생 151 / 내가 기다린 만큼이라도 153
3. 우리는 각자의 숲에서 넉넉한 나무로
원위치 159 / 아깝지 않은 일이 있어 다행이지만 160 / 아끼는 펜을 잃어버렸을 때 161 / 아킬레스 162 / 동의할 수 없었다 164 / 대체 이 열망은 165 / 천하제일 안경대회 166 / 어설픈 예민함 168 / 창작을 권장합니다 169 / 각자의 할 일 171 / 과속방지턱 173 / 기억의 습작 174 / 시보다 나 / 이 책도 괜찮으실 텐데 177 / J letter 180 /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183 / 이상학 아저씨 184 / 14층 아줌마 187 / 일종의 체질 191 / 쟤 알고 보면 194 / 귀향이 대세인가 195 / 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 198 / 아버지의 밤 200 / 무표정이 싫어요 203 / 시나 잘 써 206 / 보고 싶다는 말은 / 언제쯤 계산할 수 있을까 209 / 목욕탕 정령 211 / 얘 봐라, 눈빛이 돌아왔네? 214 / 가끔 수염을 깎지 않는다 218 / 작가님은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220 / 저마다의 기도문 224 / 또 우리는 계속 계속 226
본문
대학 시절, 학교 앞 도시락집을 좋아했다. 비싸지 않고 양도 적당하며 미리 전화 주문도 가능했다. 게다가 주인은 친절했고, 단골에게는 가끔 계란 후라이가 나올 때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 도시락 인생, 21페이지 중에서 -
스물여섯에 사회로 던져졌고 어영부영 스물여덟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회사도 여러 군데 들어갔다 나왔다. 광고를 전공했던 나는 주로 광고나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런 곳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부류가 많다. 남들보다 먼저 알고 싶은 것이 많고, 남들보다 다르게 보기 위해 안경도 곧잘 바꾸곤 한다.
- 나는 그렇게 구별되고 싶다, 25페이지 중에서 -
첫 회사에 다니던 시절, 새벽 2~3시 즈음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중교통이 없으니 택시를 타야 하는데, 슬프게도 광고회사 앞에는 그 시간에도 택시 몇 대가 기본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분은 지난밤에 탔던 바로 그 택시를 또 탄 적도 있다고 했다. 제때 퇴근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말아먹다 못해 너무 많이 빌어서 빌어먹었던 하루, 택시라도 상석에 앉아 라디오를 듣곤 했다. 심야 택시의 할증 붙은 라디오는 나에게, 그 시간에도 노래가 신청된다는 가능함과 또 어딘가 다른 택시에 나처럼 지친 사람이 있다는 씁쓸함을 알려주었다.
퇴사를 처음 다짐하게 된 것도 택시에서였다. 그날도 연이은 야근에 녹초가 되어 택시를 탔다. 라디오에서는 어렴풋이 들어보았던 노래가 나왔다.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였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이 있으니"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다. 나는 차창에 머리를 박은 채 힘없이 생각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나다. 굴하지 않은 보석 같은 마음 있는 나.'
- 넌 할 수 있어, 28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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