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친 한옥 집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맞이한 스물네 가지 계절

정치 / 김미진 기자 / 2019-10-29 00:19:28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저자 장보현(글), 김진호(사진)


책 소개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는 장보현, 김진호 작가 부부의 에세이다.


책은 서울 한가운데서 계절의 변덕을 온몸으로 받아준 한옥에 관한 기록이자, 그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했던 두 사람 그리고 두 마리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그 방법을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찾고자 했다. 전처럼 최선을 다해 버티거나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그들은 지금껏 한옥에서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한옥에 세 들어 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방법은 수만 갈래 길 중 하나이기에, 혹시나 삶의 다른 단계에 고민하고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갈피 삼아 각자의 방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장보현(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 예술학을 전공했다. 옥상 정원이 서울 도심의 작은 한옥에서 남편과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운 좋게 세 들어 살게 된 한옥은 계절마다 새로운 할 일을 주고, 새로운 영감을 준다. 놀이 삼아 일 삼아 썼던 'Sustain Life'로 제 1회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도시생활자의 식탁]이 있다.


김진호(사진)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지속가능한 작업과 조화로운 삶을 모토로 '서스테인 웍스'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진과 영상을 만들고 있다. 틈날 때마다 글 쓰는 아내와 아내가 가꾸는 집과 언제나 아름다운 고양이를 찍는다.


목차


프롤로그 고양이 두 마리와 오래된 한옥에 삽니다



입춘 봄맞이 입춘절 / 우수 정월 대보름 밥상 / 경칩 도심 한옥의 봄맞이 / 춘분 봄의 식탁 / 청명 옥상 정원의 봄 / 곡우 떠나는 봄을 병 속에 담아


[오래된 집을 고치다]


여름


입하 여름의 라이프 스타일 / 소만 여름의 문턱에서 / 망종 가장 아름다운 여름 / 하지 여름의 식생활 / 소서 장마의 추억 / 대서 한옥의 빛과 그림자


[작은 혼례를 준비하다]


가을


입추 계절의 호사 / 처서 한옥의 가을 / 백로 추수의 기쁨 / 추분 햇것으로 뭉친 가을 약밥 / 한로 옥상 정원의 가을 그리고 가을 식탁 / 상강 비밀의 정원, 가을 습지


[작가의 아틀리에]


겨울


입동 미리 맞이하는 겨울의 설레임 / 소설 달콤 따뜻 겨울차 / 대설 지붕마다 겨울이 내리는 밤 / 동지 연말의 식탁 / 소한 털실을 엮으며 삶을 이어가다 / 대한 경계에서


에필로그


본문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날 즈음, 나는 바지런을 떨며 집안의 묵은 먼지와 때를 벗겨내곤 한다. 성주신에 대한 예를 표방하나 그저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막연하고도 무책임한 기복일 것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한옥의 흙벽이 서서히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그 간극을 메꾸는 것도 이맘때 할 일이다. 꽃샘추위가 찾아올지언정, 매서운 추위와 작별을 고하는 나름의 의식이다. 천장과 벽 사이 희미하게 늘어진 묵은 거미줄을 떼어내고, 레몬 오일을 듬뿍 묻힌 마른 수건으로 서까래와 대들보, 기둥을 어루만진다.


- '경칩, 도심 한옥의 봄맞이', 28페이지 중에서 -


그 후로도 을지로를 오가며 부자재를 실어다 나르길 수 차례. 빛바랜 서까래의 먼지를 털어내고 나무 사이로 손수 기름칠을 하고, 새하얀 회벽을 덧바르며 여전히 이곳에서 삶은 지속되고 있다. 여태껏 제반 시설이 모두 갖추어진 환경에 살며 집을 휴식과 수면의 장소 정도로 여겨왔던 우리는 손수 집을 고치고 가꾸어 나가며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를 사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일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게 된 것 또한 이 공간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 오래된 집을 고치다, 58페이지 중에서 -


젖은 세간이 널브러진 어수선한 여름의 한옥에서는 덕분에 봉인 해제된 추억들이 잠깐씩 일상을 환기시킨다. 축축해진 책을 한 장씩 훑어보거나, 고온다습한 무더위 속에서 두꺼운 옷을 걸치며 괜스레 겨울을 그리워하는 나날. 흘러간 계절을 뒤로하고 건넛방으로 물러간 라디에이터가 한 번씩 안채로 나들이 나오는 것 또한 장마철 풍경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이겨내듯, 한옥의 나무와 흙, 돌이 머금은 다습한 기운을 라디에이터의 열기로 누그러뜨려 본다.


- '소서, 장마의 추억', 106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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