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가 어떻게 살았냐면요]는 이정미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는 더 이상 회사에 다니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퇴사를 하고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살기 위해 태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후로 일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다짐을 지켜내고 있다. 더불어 지난 한 해에는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 상상해본 적조차 없던 근무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정미 작가의 [제가 어떻게 살았냐면요]는 살아보는 여행을 하며 얻은 경험, 여행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일하며 여행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이정미
목차
프롤로그 :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10
캐리어 하나짜리 인생 13 / 페소아 같은 존재 15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보다 19 / 더 이상 반갑지 않은 "안녕하세요" 26 / 창문하다 33 / 커피와 담배 35 / 포르투갈에 살고 싶은 야심가 40 / 너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야 43 / 나만의 장소를 찾는 방법 50 / 얼굴에 깃든 나이테 62 / 용기 내지 않았더라면 미처 몰랐을 68 / 여행지에서 '사람인'을 보는 마음 72 /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죠? 76 / 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 82 / 엘리베이터 앞에서 92 / 여행과 책, 그 사이의 인연 97 / 영일 언니 108 / 퐁피두 센터 2층에서 114 / 비수기의 여행 120 / 힘 빼세요 126 / 행복론 130
에필로그 : 일 년간의 여행을 마치며 136
본문
"한국인 여행자들은 여행 막바지가 되면 꼭 채용 사이트를 확인하더라고요."
치앙마이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했던 말이다. 여행 초반부터 습관처럼 한 번씩 '사람인'에 들어가곤 했던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물론 치앙마이에서의 일상은 만족스러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도 많아졌고, 돌아간 후의 삶이 이따금 걱정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사람인에 들어가서 프리랜서로 할 만한 일거리를 찾았다. 하루는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채용 사이트를 뒤지다가 한참 뒤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혼자 낯 뜨거워진 적도 있다. 프리랜서는 인맥이나 개인적인 제안을 통해 고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봐도 정식 채용공고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불안해서 한 행동으로 더 불안해졌다.
치앙마이에서 동행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퇴사자였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누군가 "어떻게 한 달 살기를 오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 저 퇴사하고….", "아 저도 퇴사….", "아 저도…." 식의 대답이 이어지다 이내 웃음이 터지고는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웃을 일이 아니었다. 퇴사를 해야만 비로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한국의 노동 환경을 반증하는 거니까. 그들과의 대화는 항상 지겨운 회사 생활에서 해방됐다는 사실로 인한 행복감 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반이었다.
돌아가면 다시 사회가 규정해놓은 삶을 살아야 하는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이 여행의 막바지에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회사로부터 벗어나 떠나온 여행지에서조차 자신을 소속시킬 곳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지금은 좋은데, 앞으로도 좋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과연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다음 달부터는 월급도 안 들어오는데?'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거리에서는 강아지들이 낮잠 자고, 숙소에서는 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평화로움 속에서도 보장되자 않은 미래가 자극해 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 여행지에서 '사람인'을 보는 마음, 72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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