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네버랜드에 영원히 머물러주겠니

문화·예술 / Jess / 2020-02-05 17:01:00
피터 팬 x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출처: Google Art&Cluture]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되기를 원하거나 그처럼 행동하는 ‘피터 팬 콤플렉스’라는 증후군이 있다.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고, 항상 불안해하며, 쉽게 현실에서 도망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심리 상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피터 팬]은 1904년 영국의 극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손에서 처음 탄생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독특하고 낭만적인 소재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빼앗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연극, 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역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제이크가 할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그가 남긴 힌트를 통해 미스 페레그린, 그리고 이상한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내 그들을 위협하는 괴물로부터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자유자재로 불과 공기를 다루고 눈에 보이지 않거나 식물을 자라게 하는 등 아이들이 저마다 지닌 특별한 능력들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의 아동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다다를수록 그보다 이 작품은 [피터팬]의 또 다른 변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각 작품이 지닌 톤은 전혀 다르다. 원작가는 실제 이상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미스터리 흑백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여기에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한 감성이 더해져 희망과 설렘, 낭만으로 가득한 [피터 팬]과 달리 [미스 페레그린...]은 다소 잔인하며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판타지 세계관 속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모험의 여정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발 곱슬머리에 하늘색 원피스 차림으로 하늘을 떠다니는 소녀 ‘엠마’의 모습에서 누구나 ‘웬디’를 떠올릴 것이다. 흥미진진한 여정의 끝에서 [피터 팬]의 웬디는 현실에 남고, 피터 팬은 쓸쓸히 네버랜드에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함께 했던 순간은 빛바랜 추억 혹은 달콤한 꿈으로만 영원히 남게 된 것이다.




[출처: Google Art&Cluture]



누구나 한 번쯤은 ‘나라면 현실에 남았을까, 아니면 네버랜드로 떠났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을 것이다. [미스 페레그린..]의 주인공 제이크는 여기서 우리에게 결코 뻔하지 않은 답을 던져준다. [피터 팬] 뿐 아니라 대부분의 판타지 작품 속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답을 선택하는 반면, 그는 가족과 학업 등 현실 속 사소하진 않지만 구질구질한 핑계를 모두 뒤로하고 과감하게 엠마 곁에 남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이유는 사실 아주 단순하다. 현실은 그에게 엠마를 포기할 만큼 달콤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제이크의 선택에 대해 우리는 과연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너는 괴롭더라도 파란 약을 선택해 주어진 현실을 끝까지 이겨내야 했다고, 영원히 환상 속으로 도망칠 순 없다고 쓴소리를 해도 되는 걸까?



[출처: Google Art&Cluture]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주입시킨다. 현실이 힘들더라도 외면하면 안 되고, 오직 맞서 싸워 이겨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 과연 어느 누가 확신을 가지고 말해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들이 영원히 괴물과 싸우며 아이들로 살아가게 될지, 어쩌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늙어갈지 알 수 없다. 제이크 본인만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어느 쪽의 삶에서 더 많은 후회가 남았을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감히 그의 선택을 어린아이의 무모함이 아닌, 어느새 훌쩍 성장한 어른의 용감함이라 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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